넷플릭스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리뷰입니다. 무려 2시간짜리 영화입니다.
미리 보기(예고편) 영상에 나온 샴페인 슈퍼노바 때문에 안 볼 수가 없었는데요. 막상 영화엔 안 나와요. 오아시스 노래로 낚시질을 하다니 어이X🫠
처음에 영화의 배경이 쭉 나오면서 시작합니다. 1990년대 미국,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게 로봇공학이 발전한 세계입니다. 디젤펑크/스틸펑크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동명의 그래픽 노블 원작 영화입니다. 그래픽 노블이 뭔지 찾아봤는데 만화책이라기보단 그림이 많은 소설책에 가까워요. 동화책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애놀라 홈즈의 밀리 바비 브라운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이 주연이네요. 남자 배우 어디서 봤나 계속 생각했었는데 가오갤이었군;
총평부터 말하면, 내용은 그저 그랬지만 로봇이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다양한 로봇들이 나오는데 이거 CG로 만드느라 돈 많이 들었네요. 검색해 보니까 제작비 3억 2천만 달러였대요. 한화로 대충 4,500억 정도?
※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셸에게는 천재 남동생, 크리스토퍼가 있는데요. 이 남매는 로봇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로봇인 키드 코즈모와 인간 제시가 함께 하는 내용이에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사법을 현실에서 할 정도로 팬이에요. ㅋㅋ
크리스는 아인슈타인보다 뛰어난 천재라서 학교들을 조기졸업하고 대학에 다니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리스가 대학에서 시험을 보고 나온 뒤 미셸과 대화하면서 아인슈타인은 그 시험을 통해 천재임이 알려지고, 결국 자기 뇌를 도난당했다고 말하며 조기 입학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냅니다. 그냥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 같네요.
사실 이 부분을 보고 대충 뒷내용이 예상되더라고요. 뛰어난 두뇌를 가진 크리스토퍼를 빼돌리겠구나... 뇌만 빼다가 생체 컴퓨터로 쓰는 거 아냐?
Quantum physics says that particles can stay linked way after they come into contact. And if everything exists in a state of electricity, then it's possible our consciousness could transcend physical boundaries.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입자들은 접촉한 지 한참 돼도 연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그리고 모든 게 전기 상태로 존재한다면 우리의 의식이 물리적인 경계를 초월하는 것도 가능하지.
Cool. Then my particles will come visit your particles.
좋네. 그럼 내 입자가 네 입자를 찾아갈게.
갑자기 양자역학 얘기해서 뭔가 했는데 영화의 메시지를 설명하는 꽤 중요한 대사입니다.
영화 속 세계에서는 각종 서비스 산업에 로봇들이 종사하고 있었는데, 얘네들이 인공지능(AI)을 가지고 있을 거 아닙니까? 이 인공지능이 지나치게 발전되어서 로봇들이 깨우침을 얻고, 로봇의 권리를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킵니다. 인간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고 싶다고요.
이 갈등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는데요. 처음 2년 동안은 로봇이 이기는 듯했으나, 이선 스케이트가 뉴로캐스터라는 기기를 발명하면서 역전됩니다. 뉴로캐스터는 인간의 정신만을 이용해서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헬멧처럼 생겼는데 이걸 머리에 쓰면 나의 또 다른 몸, 드론(기계)이 일어나 나를 대신해서 움직입니다. 정신만 로봇에 옮겨서 목숨을 잃는다는 리스크 없이 로봇들과 싸울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몇 주만에 전쟁이 끝나고, 패배한 로봇들은 모두 센터(이선 스케이트가 만든 회사)가 관리하는 추방 구역에 감금했습니다. 엄청 넓은 사막 지역을 높은 벽으로 둘러싸서 가둔 겁니다.
이후 이선 스케이트는 뉴로캐스터를 개량해서 민간인들에게도 보급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뉴로캐스터를 사용해 몸 대신 드론을 밖에 내보내서 돌아다니고, 그동안 정신은 가상현실에 접속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센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학교 수업도 뉴로캐스터를 이용합니다.(그래도 출석은 직접 교실에 가야 함ㅋㅋ)
다들 뉴로캐스터에 중독되어서 함께 있어도 함께 있는 건지 의문이고 무슨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죽어가는 사람도 있어요. 초반에 미셸과 크리스토퍼가 대화했던 양자물리학 이야기가 생각나죠. 우린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SF 영화 팬이라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으실 것 같네요. 바로 2009년에 개봉한 SF 영화 '써로게이트'입니다. 설정이 조금 비슷하죠?
전쟁이 끝나고... 미셸은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님과 남동생을 잃고 위탁 가정에 살고 있습니다. 뉴로캐스터 사용을 거부하고 있고요. 정확한 나이가 안 나왔던 걸로 아는데,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혹은 고등학생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로봇이 찾아옵니다. 남동생이 좋아하던 키드 코즈모 로봇이에요. 로봇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내장 음성인 키드 코즈모 캐릭터의 대사를 이용해서 대화합니다. 로봇은 자기가 크리스토퍼의 드론이라고 주장해요. 진짜 크리스가 어딘가에 살아있고, 모종의 이유로 이 로봇에 자신의 정신을 연결시킨 겁니다. 미셸은 희망을 가지고 키드 코즈모 로봇과 함께 남동생을 찾으러 갑니다.
참고로 전쟁 이후 로봇을 숨겨주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전쟁 영웅인 브래드버리 대령이 이들을 쫓습니다. 전쟁 이후에 RDTF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데, 로봇 작동 정지 부대? 그런 겁니다. 경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동생을 찾으려면 센터에 가야 하는데요. 도움을 받기 위해 추방 구역에 있는 의사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그래서 추방 구역의 물건들을 훔쳐다 파는 장물아비를 찾아가요. 거래 장소에서 장물아비 키츠를 찾게 되는데, 이 사람도 미셸처럼 뉴로캐스터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 몸으로 다녀요. 골목에서 뒷거래하는데 너무 위험하지 않나? 싶었더니 깜찍한 로봇, 험과 같이 다니고 있습니다. 건설 로봇이라는데 표정도 다양하고 귀여워요ㅋㅋ
이들의 창고는 미셸을 쫓아온 브래드버리 대령으로 인해 무너지고요. 키츠와 험은 궁시렁대면서도 미셸이 동생을 찾는 여정에 함께합니다.
이런 영화에 키츠 같은 아저씨 나오면 좀 거지 같이 살아도 몸이 좋던데 배 나온 아저씨라 웃겼어요. 영화 내용이랑은 관계없지만 남자가 사는 창고에 스팸이 있더라고요. 검색해 봤는데 스팸이 미국 브랜드였습니다. 왜 한국 건 줄 알았지;
한편 이선 스케이트가 있는 센터는 비상상황입니다. 앞서 예상한 대로 남동생은 완전히 죽지 않고 이곳에서 생체 컴퓨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상 뉴로캐스터를 작동하는 게 남동생입니다. 근데 남동생이 뉴로캐스터의 보안 허점을 이용해 (정신적으로)도망치는 바람에 뉴로캐스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선 스케이트는 브래드버리 대령과 거래해서 크리스의 의식이 담긴 로봇을 잡아오게 합니다.
안경 쓴 의사를 찾아낸 미셸 일행. 미셸은 의사를 통해 크리스가 정말로 아직 살아있고, 기업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크리스가 없으면 센터가 붕괴된다는 것도요.
마음을 다잡은 미셸은 로봇들과 힘을 합쳐 센터를 무너뜨리러 갑니다.
브래드버리 대령은 이선 스케이트의 추악한 내면을 보고 로봇보다 인간답지 못한 인간을 만났다며 전투를 포기하고 스스로 드론을 종료합니다.
미셸은 뉴로캐스터를 쓰고 네트워크에서 남동생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요. 코즈모 로봇으로 돌아다니며 자신의 모습을 본 크리스는 자신의 몸이 센터에서 분리되면 센터와 함께 자기 자신도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미 세상에서 센터가 어떤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봤기 때문에 누나에게 센터를 무너트리는 선택을 해줄 것을 부탁해요.
갈등하던 미셸은 결국 유지 장치를 끄고 크리스를 보내줘요.😭
세상의 모든 드론이 꺼지고, 센터가 아이를 착취해 네트워크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사람들은 이선 스케이트를 악마화하며 로봇 추방 구역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요. 새로운 악으로 인해 로봇과 인간의 관계가 좀 완화된 것 같죠?
이선 스케이트 얘기 들어보니까 결국 뉴로캐스트는 과거 덮어씌우려는 망상을 위한 건가 싶기도 하네요. 과거에 대한 후회로 망상에 빠지면 일상을 유지하기 쉽지 않잖아요. 너무 상상에 많이 빠지는 것도 우울증 아닌가? 정확하진 않은데 좋은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사람이 살아가려면 과거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잖아요.
마지막에 미셸이 남긴 메시지에도 나오죠. 전쟁으로 인해 끔찍해진 삶을 뉴로캐스터가 잊게 해 줬고, 그게 익숙해져서 진짜 삶이라고 착각했을 거라고요.
We're flesh and bone, yeah, but we're also electricity. And when we hug and laugh and hold hands and argue, my particles stay with you, and yours stay with me. And maybe we stay together forever.
인간은 삶과 뼈로 돼 있지만 또한 전기로도 이뤄져 있어요. 우리가 포옹하고 웃고 손잡고 말다툼을 할 때 제 입자는 여러분과 함께 있고 여러분의 입자는 저와 함께 있어요. 어쩌면 우린 영원히 함께 있을 수도 있죠.
우울하면 사람들 있는 카페라도 가라는 글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직 우리나라도 겉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사람들의 정신은 식민지와 전쟁, 독재 등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글도 떠오릅니다.
솔직히 내용은 다 예상하기 쉬웠어요. 캐릭터들 각자의 신념이 너무 전형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좀 허술한 부분도 있고요. 몇 마디 말하는 거 들어보면 대충 나중에 이런 선택을 하겠구나~ 싶더라고요. 이미 초반 대화에서 크리스는 뇌를 빼앗긴 아인슈타인처럼 어느 사기업의 두뇌가 되어 착취당하겠구나 싶었고, 브래드버리와 이선 스케이트의 거래 장면에서는 브래드버리가 언젠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센터를 의심하고 협조하지 않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좋았습니다. CG티가 좀 나긴 하는데요. 로봇들의 형태와 컨셉이 다양해서 좋았어요. 군용 로봇이 아닌 서비스 업계 로봇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막 표지판 돌리는 로봇도 있고요.😂 다만 로봇권 운동의 중심인 피넛 씨는 좀 부담스럽게 생겼어요. 땅콩 같은 몸에 팔다리가 붙어있는데 다른 로봇에 비해 디자인이 너무 튄다고 할까요. 눈이 너무 총명해서 이상해 보이는 건가;
다들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서 신기한데 모션 캡처를 이용했나 봐요. 어떤 장면에서는 너무 사람처럼 움직여서ㅋㅋ 코즈모 로봇이 미셸의 손을 잡고 바닥에 있는 장애물 넘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그 정도 키의 아이들이 할 법한 자세라서 신기했네요. 로봇 아닌 거 같은데...?
여성 목소리를 가진 로봇들이 핑크색이거나 부담스러운 속눈썹을 가진 게 좀 별로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1990년대라는 점과 요즘 사람들도 로봇을 개발할 때 인간이 호감을 가질만한 모습(현실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남자 목소리 로봇들도 쓸데없이 수염 달고 있거나 하니까.ㅋㅋ 성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로봇이 안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SF 영화에 몸 파는 로봇 나올 때마다 한숨 나왔는데; SF 소설 공모전에도 섹ㅅ로봇 얘기 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면서요.🤮
막 싸우고 있는데 피아노 치는 로봇이 있는 것도 재밌었네요. 무슨 원피스 해적단도 아니고 음악가가 있음.ㅋㅋㅋㅋㅋㅋㅋ
일반인들의 드론은 초반에만 나오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드론을 꾸민 것도 재밌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로봇들의 모습이나 행동들이 보통 SF 영화에 나오던 로봇들과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약간 게임 같은 느낌도 들었네요.
리뷰 쓴다고 영화 앞부분을 다시 보면서 알았는데 전쟁 얘기 나올 때 인터뷰하는 군인이 키츠입니다.
존 D. 키츠 하사: 로봇은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눈도 안 깜빡거려요. 전 눈을 깜빡이죠.(I blink.)
진지한 인터뷰인데 키츠 말투가 묘하게 웃겨요.ㅋㅋ 눈 깜빡이는 건 로봇 나오는 영화 보면서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 지점이네요. 그러게, 로봇은 눈을 깜박이지 않아도 되니까 우리보다 반응이 더 빠르겠구나.
좀 딴소리지만 남매 사이가 너무 좋아요. 보통 남매들은 서로 극혐 하던데; 남매 중 한 사람이 천재인 거 드라마 영 쉘든에서도 봤는데 거기는 항상 개판오분전이잖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남매의 화목한 관계가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네요. 나이차가 많아 보이지도 않아서 저렇게 막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안아주고 이러는 게 좀 어색해요. 남매는 서로 원수 아니었어...?
마지막에 코즈모 로봇이 일어나서 움직이는 걸 보면 어쩌면 남동생이 죽기 전에 의식이 코즈모 로봇에 옮겨갔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것도 좀 뻔한 결말이긴 해.ㅠㅋㅋㅋㅋㅋ
'영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계시록' 후기 - 미친 사람 천지야 아멘 (결말 스포O) (0) | 2025.03.22 |
---|---|
영화 '딜리셔스' 후기(결말 스포O) - 색다른 프롤레타리아 혁명 하고 싶은 사람? (0) | 2025.03.16 |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영화 리뷰 (결말 스포O) (1) | 2025.03.12 |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영화 리뷰 - 최고의 B급 코미디 영화 (0) | 2025.03.08 |
영화 '상처의 해석' 리뷰(결말 스포O) (1) | 2025.03.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