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가 죽었다> 리뷰입니다. 결말 스포일러 있으니 주의하세요.
고객을 몰래 관찰하는 것이 취미인 공인중개사. 어느 날부터 한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흥미를 느껴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기이한 실종 사건과 엮이면서 충격적인 미스터리에 휘말리는데.
-넷플릭스 영화 소개글
일단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재밌는 한국 영화 소중하다.
물론 결말은 제가 지금까지 봤던 창작물이 워낙 많아서 반전이 있어도 그렇게 충격받지는 않았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니까 흥미진진했어요. 특히 신혜선(한소라 역)씨가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영화에 나레이션이 계속 나오는데 이게 호불호가 갈린다고 합니다. 너무 설명충이라고 ㅋㅋㅋㅋㅋ
저는 나레이션 나오는 거 좋았습니다. 정태가 계속 자신의 느낌이나 상황을 설명하는데 약간 인간실격이 생각났어요. 제가 인간실격을 오디오북으로 읽다가 답답해서 때려쳤는데요. <그녀가 죽었다> 나레이션 듣는데 인간실격 오디오북이 생각났어요.ㅋㅋㅋ 정태의 소름 돋고 찌질한 내면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스토킹 하는 주제에 끊임없이 범죄자가 아닌 척하는 게 징그럽습니다.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남들을 스토킹하는 게 취미인 남성 공인중개사 구정태. 그는 동네의 모든 사람을 뒷조사하고 다닙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추고 있는 사생활이 뭔지를 다 알고 싶어 해요. 본인의 직업을 활용해 상습적으로 사람들의 집에 침입하여 조사합니다. 돈이나 고가의 제품을 훔치지는 않고 집주인 입장에서 그 집에 있으면 안 되거나 필요 없는 물건(예: 불륜 편지)을 하나 훔쳐서 자신의 집 창고에 전시합니다. 강박증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특이한 게 있다면 집에 하자가 있는 곳(풀린 나사, 전등 등)을 고쳐준다는 거?
동네 사람들 정보를 다 알고 있는데 어느날 자신이 전혀 모르는 여성이 나타납니다. 스토킹 해보니 이름은 한소라. 인플루언서(SNS 인기인)입니다. 근데 현실의 소라는 SNS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태는 소라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미칩니다.
다행스럽게도(?) 소라가 집을 팔기 위해 정태를 찾아옵니다. 소라는 정태의 뛰어난 사회성(?)을 보고 집의 마스터키를 맡깁니다.*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위험하고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듭니다.😠
정태는 소라의 집에서 다쓴 핸드크림을 훔쳐요. 냄새 맡는 거 진짜 변태 같습니다.; 나중엔 소라가 하는 생방송에 채팅도 쳐요.
정태는 주거침입을 하면서 하자가 있는 부분을 고쳐준다고 했잖아요? 소라네 집에 있는 하자를 고치기 위해 또 침입합니다. 근데 소라가 소파에서 누군가한테 찔린 것 같은 모양새로 죽어있어요.
놀란 정태는 자신이 의심받을까봐 신고하지 않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소라의 집을 보러 온 손님들과 함께 다시 방문하는데요.
소라의 시신이 사라졌습니다. 피가 흥건했던 소파도 아주 깨끗하고요.
신고를 망설이는 그에게 온 빨간 편지 봉투. 그 안에는 정태가 소라의 집에 침입하는 사진, 한소라 시신 사진, 정태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이 그 집에 떨어져 있는 사진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전화가 오는데... 어머님의 유골함이 있던 납골당 칸의 유리 문이 깨져있고 그 안에 있던 사진도 갈기갈기 찢어져 있습니다. 범인이 한 짓인 것 같죠?
범인은 정태가 방문했을 때 집안에 있었을까요? 정태를 봤을까요?
여기까지가 영화 초반 내용입니다. 정태는 한소라를 죽이고 자신을 협박하는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결말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재미를 위해 스포 없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전개되는 내용을 다 쓰긴 그렇고 진짜 결말만 말하면, 한소라는 살아있습니다. 한소라는 시골에서 태어났는데요. 집안이 가난한데다가(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건지 농촌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느낀 건지는 잘 모르겠음)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껴서 자신이 제대로 보살핌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왔습니다. 친언니의 말을 들어보면 가족이고 뭐고 전부 이용해서 돈을 빌린 것 같고요. 지적장애가 있는 남동생을 뱃사람에게 팔아넘기려고 하는 바람에 가족에게도 미친년 취급받으며 버림받습니다. 세상에게 버림받고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자신이 너무 불쌍하대요.(진짜 미친 사람;)
도시로 올라와 화류계에서 일하던 소라는 우연히 SNS를 이용해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꾸밀 수 있다는 걸 알고 '완벽하고 성공한 한소라'를 브랜딩합니다. 몇 개월에 걸쳐 SNS를 운영하면서 '명품백 사면서 사치만 부리다가 깨달음을 얻고 봉사하는 여성'으로 위장한 거예요. 구독자를 모으고 신뢰를 얻은 뒤 유기견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아 챙기는 겁니다. 증명서 같은 것도 포토샵으로 다 조작해서 만들더라고요. 데려온 강아지들은 죽여서 산에 묻어버리고요. 중간에 나오는 다친 고양이도 소라가 일부러 부러트린 거예요;;
BJ 호루기는 친구라기보다는 비즈니스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좀 안타까운 얘기지만 사람들은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 망하는 걸 보고 싶어 하잖아요. 호루기가 한소라를 욕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로 인해 한소라는 더 착한 이미지를 얻게 되어 구독자가 늘고, 거기서 얻는 수익(후원금)을 호루기와 나누고 있었습니다.
소라는 자신이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는데, 정태가 나타난겁니다. 명품백 사진도 카페에서 남의 거 잠깐 가져다가 찍는 거였는데 주변 눈치를 얼마나 보겠어요? 소라는 정태가 자신을 스토킹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역으로 정태를 스토킹 하여 그에 대해 조사합니다. 이전에 화류계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이 자신의 SNS를 보고 '너 술집에서 일했던 거 폭로하겠다'라고 협박하자 죽이고 산에 묻었는데, 혹시 정태가 이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결국 그의 소중한 것들을 망가트리고 죽여야겠다고 생각해요.
어쩐지 집 비밀번호를 그렇게 복잡하게 설정할 정도로 철저한데(이미 그때부터 정태가 스토킹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누른 걸 수도 있음) 카드키를 맡긴다는 게 어이없긴 했어요. 그것도 계획이었던 겁니다.
소라가 짠 계획대로라면, 구정태는 상습적으로 스토킹과 주거침입을 하다가 한소라를 납치한 범죄자로, 소라는 '너무 예쁜 완벽한 피해자'로 남게 됩니다.
한소라의 실체를 알게 된 정태는 담당 형사인 오 형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신뢰를 위해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도 자수해요. 다행히 오 형사도 한소라에 대해 조사하면서 이상한 점을 느꼈기에 정태를 믿었고, 결국 정태가 살해당하기 전에 한소라가 체포됩니다.
한소라가 체포당할 때 악을 쓰면서 정태의 눈을 찔러버리는데요. 정태가 남을 관찰하는 변태 같은 취미가 없었으면 한소라는 계속 남을 속이며 '완벽한' 사람으로 남았겠죠. 강아지 시신 나온 거 보니까 언젠가는 들켰을 것 같기는 한데;
소라의 인생만 망한 것 같지만 정태의 인생도 망했습니다. 정태가 살인범으로 오해받을 때 호루기가 정태의 신상과 함께 스토킹 및 주거침입을 하고 있다고 방송했거든요. 인터넷에서는 닉네임 '개미아빠'로도 유명하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아마 한소라가 시킨 거겠죠. 정태는 한소라가 체포당할 때 같이 체포당해서 결국 본인이 했던 범죄에 대한 처벌도 받습니다.
마지막에 출소한 정태가 후련한 표정으로 오 형사를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하는데요. 오 형사가 좀 껄끄러워하자 정태는 자기가 뭘 잘못했냐고 묻습니다.(공인중개사로 일할 때는 모두가 정태의 태도에 호의를 가졌으니까) 오 형사는 너도 스토킹 범죄자인데 왜 피해자인 것처럼 구냐고 말하고 일하러 갑니다. 한소라가 미친 사이코였던 것 맞지만 정태 본인도 소름끼치는 범죄자인데 그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거예요. '어차피 쓸데없는 거 훔쳐 오는데', '어차피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라며 자기 합리화를 열심히 한 결과죠. 신상도 다 털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생각해 봤니... 이제 공인중개사는 못할 거 아냐. 솔직히 사람들은 한소라가 사이코라는 게 충격적이긴 하지만(게다가 보기 드문 여성 강력범죄자니까 여러 번 회자되겠죠) 부동산 중개업자가 본인 직업 이용해서 남의 집 털고 다녔다는 게 더 무서울 것 같은데.
소라가 기자에게 본인의 불쌍함과 가치관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교도소에서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나 받는 건 헛웃음 나오네요...ㅋㅋㅋ
근데 정말 영화가 한소라가 미쳤다는 걸 너무 잘 보여줘요. 자기가 가짜로 죽은 모습을 찍는데 그 와중에도 얼굴이 크게 나왔다며 다시 찍는 것도, 끊임없이 자기가 불쌍하다고, 먹고 살려고 죽인 거라고 말하는 것도 진짜 광기였네요. 동생 팔아먹는 것도 어차피 일 좀 시키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데 뭔 상관이냐는 식으로 말하고요.
마지막 싸움에서 소라가 정태 쓰러트리고 본인 범죄에 대해 말할 때 이거 생방송하고 있는 클리셰인가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카메라는 있었지만 생방송은 아니었어요. 솔직히 생방송하는 거였으면 좀 실망할 뻔했네요. 요즘 그런 식으로 끝나는 작품이 많아서 너무 진부하잖아요.
SNS로 사람을 스토킹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니 악용될 우려가 있지 않나 싶었는데요. 비밀번호 터는 게 생각보다 원시적인 방법이더라고요.ㅋㅋㅋㅋㅋ 번호 4개 찍었다고 4 자리겠니... SNS에 올린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집주소를 알아내는 건 확실히 조심해야 할 문제긴 합니다. 여러분도 시까지는 괜찮은데 동까지는 드러나지 않게 주의하시는 게 좋아요. 특히 지방이시면 더 조심하셔야 해요. 사람 바글대는 서울이면 모를까 요즘은 지방에 인구가 적어서요. 근처 풍경 이쁘다고 사진 찍은 것도 웬만하면 몇 시간이나 며칠 뒤 더 이상 그 장소에 있지 않을 때 올리세요. 특이한 집 구조나 창문 밖 풍경도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요즘은 지도 앱에 거리뷰가 있으니 창밖 풍경을 보고도 어딘지 알 수 있거든요. 트위터(X)에 여성 유저가 무슨 사진을 올렸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이거 당신이냐'라고 물어봐서 소름 돋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올라옵니다. 일본에서는 어떤 사람 집이 털렸던 사건도 있고요.(오타쿠였는데 비싼 굿즈를 다 훔쳐갔다나...)
찾아보니까 이게 김세휘 감독의 첫 입봉작이래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신혜선 배우의 사이코 연기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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