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타임 컷 리뷰입니다. 하이틴 영화를 기대했다면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있고요. SF 영화를 기대한다면 좀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좀 얼버무리는 부분이 많아요.
CD 플레이어, 어그, 모뎀 인터넷. 2024년을 살던 10대 소녀가 2003년으로 간다. 낮게 입은 바지가 유행하고, 폴더폰을 사용하던 시절. 마스크를 쓴 슬래셔가 언니를 죽이려고 한다.
결말 스포일러 주의!
과거 2003년 4월 16일, 가면 쓴 연쇄 살인범 '스위틀리 슬래셔'가 3일 동안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십 대 청소년 넷을 죽였습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어요.
2024년 4월 18일, 고등학생 루시가 나사 인턴십에 합격합니다. 루시는 과거 스위틀리 슬래셔에게 살해당한 서머의 동생이에요. 부모님은 서머를 잃은 뒤 노력해서 루시를 낳았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우울하고 루시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습니다. 초반 내용을 보면 루시를 약간 서머의 대체제로 생각하는 느낌이에요. 무려 나사 인턴십을 탐탁지 않게 생각할 정도로 안전염려증이 심하기도 합니다. 나사 인턴십이면 안 가는 게 인류의 손실이라고요.🥶
이들은 서머를 조문하러 가는데요. 루시는 그 근처에 있던 창고에서 빛이 번쩍하는 걸 보고 뭔지 확인하러 갑니다. 네모난 기계가 있길래 작동시켰는데 무슨 빛이 생기더니 2003년 4월 16일로 타임워프를 하게 됩니다. 알고 보니 타임머신이었던 거예요.
2003년에 떨어진 루시는 학교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언니, 서머와 아직 살아있는 피해자들을 보게 됩니다.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이선도 보게 돼요.
학교에서 물리학 천재라는 퀸이 괴짜라고 불리며 이선네 무리에게 끌려가 강에 강제로 빠질 뻔하는데 루시가 그걸 구해줍니다. 솔직히 이선을 강에 빠트릴 줄 알았는데 그냥 넘어트리고 끝나더라고요. 약간 싱겁지만 넘어트린 것도 망신을 준 거니까 나쁘진 않네요. 퀸은 여자가 끼어들 필요 없었다며 머쓱해합니다. 고맙다고 안 하냐? 그래도 얘가 잠자리도 만들어주고 차도 태워줘요.
루시는 퀸과 함께 타임머신을 연구합니다. 타임머신 안에는 손알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충전제가 들어있었습니다. 마침 루시의 아빠(=서머의 아빠)가 손알에서 일하니까 거기서 아빠의 키 카드를 훔치면 되지 않겠냐고 하네요. 루시는 화학 숙제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서머의 집에 들어갑니다. 퀸 거짓말 더럽게 못함. 그곳에서 자신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밝고 행복해 보이는 부모님의 모습에 씁쓸해해요. 언니가 살아있을 때는 정말 화목한 가정이었네요.
루시는 오늘, 그러니까 2003년 4월 16일에 언니의 친구들이 쇼핑몰에서 살해당할 것을 알고 있는데요. 퀸은 단호하게 과거를 바꿔선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그냥 나쁜 일이라고만 알고 있음) 시간 여행 관련 창작물을 많이 보신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과거를 조금만 바꿔도 그게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원래 살았던 사람이 죽기도 하고, 아예 태어나지도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루시는 서머와 대화하다가 생각이 바뀌어서 서머의 친구들을 구하러 갑니다. 결과는 대실패. 친구들 2명이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하고 원래는 죽지 않았을 경비원 한 명이 추가로 살해당하게 됩니다.
루시는 서머에게 자신이 미래에서 온 동생이라는 것과 다음에 죽을 사람은 서머의 또 다른 친구인 에미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과거를 바꾸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퀸은 서머가 부탁하자마자 바로 에미를 구하러 갑니다.(루시: 저 자식이...?) 다행히 이번엔 성공!
마지막 피해자는 서머인데요.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서머가 살아있을 때의 부모님은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서머를 살리면 미래에 루시가 태어나지 않을 거예요. 루시는 서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고민 끝에 언니를 살리고자 합니다. 이게 다 만성 우울증이었던 부모 때문이다...😥
계획을 위해 퀸과 함께 손알에 가서 반물질(충전제)을 훔치는데 누가 이미 직원을 죽이고 하나를 훔쳐간 상태입니다. 그 타임머신은 연쇄살인범의 물건이었던 거예요. 미래에서 온 사람인 거죠.
루시가 세운 계획대로 서머는 자신이 살해당했던 파티에 갑니다. 잘못되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술 한잔 똭 하고 에미와 키스하며 커밍아웃해요.(루시가 미래의 서머에게 잘생긴 남편이 있다고 했을 때 떨떠름해한 것도 레즈비언이라서 그런 거🥰) 서머와 연쇄살인범이 대치하는데 루시와 퀸이 자동차를 몰아서 냅다 살인범을 칩니다. 살인범의 가면이 망가지는데... 살인범은 퀸이었습니다!!!! 약간 늙은 퀸!!!! 동일한 배우가 연기한 걸 텐데 목소리 바꾼 거 좀 신기하더라고요.
설마 미래의 퀸은 고등학생 때 강에 빠져서 흑화 한 건가? 했는데 진짜였습니다. 안 그래도 가족 관계가 안 좋은데 나 혼자 천재라 학교에선 괴짜라고 놀림받고 외로워서 힘든데 강에 빠졌을 때 소꿉친구인 서머마저 비웃었대요. 게다가 진심을 담은 고백 편지를 줬는데 차였어요. 서머는 레즈비언이니까... 그때는 서머가 커밍아웃을 안 한 상태라 서머의 말을 오해해서 자길 비웃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서머의 소꿉친구였던 거 치고 2024년에 아예 나오질 않아서 의심이 되긴 했는데 그게 진짜일 줄이야;
고등학생 퀸이 자신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대면서 자기가 죽으면 너(어른 퀸)도 죽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어른 퀸은 '시간 여행은 그렇게 작동하는 게 아니야'라고 합니다. 그럼 시간 여행자는 과거가 바뀌어도 딱히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요? 이동한 시간대에 타임머신이 함께 나타나는 걸 보면 아예 별개의 존재로 추가되는 개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럼 타임머신이 여러 개인 건데?!
어쨌든 루시가 타임머신을 작동시켜 어른 퀸을 붙잡고 함께 2024년으로 돌아갑니다. 거기서 어른 퀸을 죽여요.😨 그리고 루시는 살인마가 가지고 있던 반물질을 이용해 다시 2003년으로 돌아갑니다. 2024년에 집으로 가보니까 부모님이 아예 자기를 못 알아봤대요. 아예 존재한 적 없는 사람이 된 겁니다.
솔직히 신원이 없는데 어떡하나 싶고 걱정됐는데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는 내용으로 끝나네요. 나사 인턴십도 다시 붙고요. 2003년이면 배경이 한국이었어도 신분 걱정이 필요 없었을까요? 과거엔 좀 허술했나?
결국 손알에서 죽은 직원 분은 그냥 미제 사건으로 남는 건지...? 반물질이 2개나 사라졌는데 대대적으로 수사를 하게 되면 관리 허술하다고 공장 문 닫는 거 아닐지...? 바뀌기 전 미래에서 손알 직원의 사망 사건은 연쇄 살인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건지? 묻힌 건가? 그리고 어른 퀸은 왜 자신을 괴롭힌 이선을 죽이지 않은 걸까요? 범인으로 생각되게 하고 싶었나?
내용은 형편없지만 귀여운 영화입니다. 솔직히 전말을 알게되기 전까지는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옛날 고등학생들 이야기를 보는 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최신 화질로 보는 미국의 과거ㅋㅋ 컴퓨터 소리에 놀라는 루시랑 모뎀 소리라고 알려주는 퀸도 귀엽고요.ㅋㅋㅋㅋㅋㅋ 퀸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퀸 배우(그리핀 글럭) 실제 모습 사진 보고 나니까 퀸은 가상의 존재구나 싶어서 현타가 왔습니다. 분명 똑같이 생기긴 했는데 퀸이 아냐... 퀸은 타임 컷 세계관에만 있어... 이걸 깨닫는 과정에서 제 자신이 정말 오타쿠 같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영화 보면 그냥 재밌다! 하고 더 이상 생각 안 한다면서요?😇
SF 관련 설정이 섬세하지 않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재밌는 영화입니다. 부디 퀸이 타임머신 만들 능력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할 기술을 만들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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