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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후기 - 기분이 이상해지는 영화

by ₊⁺우산이끼⁺₊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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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리뷰입니다. 영화관에서 봤어요. 옛날 시리즈를 2011년부터 새롭게 제작해서 이번에 4편이 나온 거라고 하네요.

사실 혹성탈출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어릴 때라 앞 시리즈가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는데요.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편 진화의 시작: 인간들이 지능을 높여주는 약을 개발. 근데 이게 인간이 먹으면 죽고 유인원이 먹으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지게 됨. 인간을 능가할 정도의 지능을 가진 '시저' 탄생. 인간vs유인원 싸움에서 유인원이 승리하고, 시저와 유인원들은 숲으로 돌아감.

2편 반격의 서막: 알고보니 그 약은 먹지 않아도 공기 중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라서 인간들이 많이 죽었음. 면역이 있는 인간들끼리 모임. 인간 집단과 유인원 집단에서 '상대 종족과 싸워야 한다vs공존하자'로 내분이 일어남. 결국 인간vs유인원 대규모 전투 → 인간 패배. 그냥 공존하며 살자!라고 결론 났지만 서로 악감정이 남음.

3편 종의 전쟁: 유인원들은 계속 진화하는데 인간의 지능은 퇴화함. 알고보니 살아남은 인간들은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게 아니라 진행이 늦어졌던 거임. 인간과 공존하고자 했던 '시저'가 인간에 의해 가족과 동료를 잃으면서 분노함. 유인원들이 인간들의 무기 때문에 패배하지만 인간들은 서로 싸우면서 멸망함.

3편은 시저가 죽는 걸로 끝난다고 합니다. 기억이 안 나는데 전 1편만 봤던 것 같네요? 주인공이 치매 걸린 본인 아빠한테 약을 줬더니 활력을 되찾으시는데 좀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2편도 봤던가??

 

어쨌든 4편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전편 내용 잘 몰라도 '인간이 무슨 실험으로 똑똑한 원숭이를 탄생시켰는데 결국 걔네가 인간보다 똑똑해졌다'만 알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쿠키는 없다고 합니다. 크레딧 올라올 때 검색해 봤어요.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2024)

인류의 시대는 끝났고,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는 완전한 군림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며 자신의 제국을 건설한다. 한편, 또 다른 유인원 '노아'는 우연히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와 ‘시저’의 가르침을 듣게 되고, 의문의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출처: 네이버 영화)

사실 네이버 평점이 생각보다 안 좋고 좋은 평가도 좀 알바 느낌이 나서 재미없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흥미롭고 괜찮았어요.

제가 글 제목에 '기분이 이상해지는 영화'라고 한 이유는 영화가 유인원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유인원 '노아'의 시점에서 유인원들이 무슨 대화를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들끼리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보여주는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인간처럼 행동하고, 인간을 적대시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합니다. 막 물고기나 새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을 보는 거랑은 완전 달라요.

내용이 참신하진 않은데 유인원 입장에서 진행되니까 기분이 정말 이상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신 분들은 영화가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동물들한테 1도 공감 못하는 분들! 아마 이해하기 힘드시지 않을까 싶네요.

 

※여기부터는 줄거리 및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이 좀 많다 보니 결말까지 가는 줄거리를 다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간단하게 쓰겠습니다.

 

'노아'가 속한 유인원 집단은 독수리를 반려동물로 기르기 때문에 독수리 부족이라고 불립니다.

'프록시무스'라는 유인원은 본인의 제국을 건설하고 싶어 해서 다른 유인원들을 잡아다 노예처럼 부려먹고 과거 인간들이 만들었던 방공호를 열고자 합니다. 방공호 안에는 인간들이 쌓아왔던 지식과 무기가 있겠죠. 바로 그 무기를 원하는 거예요.

지능이 멀쩡한 인간 소녀 '메이'와 노아는 이를 막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방공호 안에 들어가 안쪽에서 문을 열고 독수리 부족을 피신시킨 뒤에 폭탄을 터트려 제국을 바닷물에 잠기게 하는 것이었으나,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메이가 폭탄을 바로 터트리고 도망갑니다. 다행히 산을 잘 타는 우리 독수리 부족들은 여차저차 높은 곳으로 피신하는 데 성공합니다. 프록시무스가 이들을 따라오지만, 독수리 부족의 기개를 이용해(독수리 개 무서움;) 그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버려요.

이후 독수리 부족은 다시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가 마을을 재건합니다. 이때 메이가 노아를 잠깐 찾아오는데요. 노아는 비록 메이가 자신을 여러 번 속이고 마지막엔 거의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시저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관계를 원만하게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메이가 돌아간 곳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또 다른 방공호였습니다. 메이는 프록시무스가 열고 싶어했던 방공호에서 노아 몰래 위성통신 보안키를 챙겼는데요. 이걸 그 인간들에게 넘깁니다. 그 방공호 안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멀쩡한 인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보안키를 이용해 위성통신을 시도하고 다른 지역에 있는 살아있는 인간들의 신호를 찾아 연락하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메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프록시무스가 방공호의 무기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기보단, 그 보안키였던 거예요. 영화에 나온 건 아니지만 제 생각엔 메이가 있었다는 인간 집단도 평범한 인간들의 마을이 아니라 그 보안키를 찾기 위해 보낸 팀이었던 것 같습니다. 통신을 해야 인간들끼리 뭉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방공호의 위치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떠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태어나기도 했다면 메이처럼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보안키를 찾는 게 납득이 되죠.

결국 메이는 노아를 이용했을 뿐입니다. 노아가 없었으면 그 방공호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절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거든요. 아예 그전에 숲에서 굶어 죽었을 수도 있고요. 마지막에 폭탄을 터트린 것도 딱히 유인원들을 고려한 결정은 아니죠.

유인원의 시점에서 보니 인간이 굉장히 이기적입니다. 정말 하나하나 다 거짓말임;;

 

앞서 말했듯이 엄청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유인원 시점에 진행되니까 세계관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만, 초반에 좀 졸립니다. 제가 조금 피곤한 상태에서 봐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요. 영화 <인터스텔라> 초반에 옥수수밭에서 잠이 솔솔 오는 것처럼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서는 말이 다그닥다그닥 거리는데 진짜 너무 졸려요. 이게 초반에 독수리 부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냥 무슨 다큐멘터리처럼 얘네들 생활이 나와서 뭔 내용인지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나름 배경을 설명해 주는 파트인데 완전 ASMR입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에 독수리 부족들이 노래 불러서 독수리를 부르는 장면이네요. 프록시무스에게 반격하기 위해 노아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다른 유인원들이 같이 노래를 부르니까 웅장하고 무섭더라고요. 프록시무스를 공격하는 독수리들도 너무 강하고.ㅋㅋㅋ

그냥 한 번쯤은 무난하게 볼만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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