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 봤습니다.
한국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기입니다. 지진 나서 다 무너졌는데 아파트 하나만 멀쩡하게 남은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갔어요.
“아파트는 주민의 것”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 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된 그들은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지옥 같은 바깥 세상과 달리
주민들에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 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
따르거나
떠나거나
-출처: 다음영화
주요 인물 이름은 포스터 위에 있는 세 사람이에요.
박보영 - 명화 역
이병헌 - 김영탁 역
박서준 - 민성 역
명화와 민성은 부부입니다. 영탁은 할머니와 살고 있고요.
포스터 밑에 있는 세 분은 주조연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김영탁 말고는 이름이 다 기억나진 않아서 스포를 최소화한 설명을 쓰자면,
보라 머리: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고등학생
여자분: 아파트 부녀회장.
안경 쓴 남자분: 군면제받았음.
🍎줄거리
앞 내용은 이미 공개된 줄거리니까 짧게 요약하자면, 서울에서 황궁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건물들이 무너졌고, 조난자들이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황궁 아파트로 모여듭니다.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외부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외부인들은 내쫓깁니다.
이후 아파트 주민 대표 김영탁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해요. 어떤 사람은 먹을 걸 구해오고, 어떤 사람은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등등. 식량과 각종 물품은 자신이 일한 만큼 배급받습니다. 아파트 사람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이 나와요.
김영탁이 주민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서명을 하는데, 이때 '김영탁'의 'ㄱ'을 먼저 쓰지 않고 'ㅁ'을 먼저 쓴 후 멈칫하는 걸 보고 이 사람은 김영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이어야 하니, 원래 본인 이름을 쓰려다가 김영탁을 사칭한 겁니다. 이제 우리는 주민 대표로 있는 김영탁이 대체 누구인지 긴장하면서 봐야 한다는 거죠.
떨어져 가는 식량과 물품을 구하기 위해 군필자들을 추려서 주기적으로 밖에 나갔다 오는데 이때 외부인 한 명을 죽이면서 서서히 갈등이 시작됩니다.
🔥🔥결말 스포 있는 줄거리
김영탁은 진짜 김영탁에게 부동산 사기를 당한 피해자입니다.(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모씨였음) 직접 당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돈을 받아내려고 김영탁을 찾아왔다가 홧김에 죽여버리게 됩니다. 근데 다짜고짜 대지진이 일어나서 얼떨결에 아파트 주민 행세를 하게 된 거고요.
김영탁의 비밀은 영원히 감춰질 것 같지만 원래 김영탁의 옆집에 살았던 주민(보라 머리)이 돌아오게 되면서 밝혀질 위기에 처하는데요.
사람들이 밖에 나갔다가 큰 공격을 받고 몇 명이 죽게 되면서 아파트 내 갈등이 고조됩니다. 이때 명화와 보라 머리가 합세해서 김영탁의 비밀을 밝혀버려요.
근데 하필 아파트 주민들끼리 싸울 때 외부인들이 쳐들어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명화와 민성은 다른 곳으로 피하게 됩니다. 둘은 교회(성당일 수도 있음)로 몸을 숨기는데요. 다음날 이미 큰 상처가 있던 민성은 결국 죽게 되고, 명화는 다른 외부인에게 발견되어 새로운 사회에서 살게 됩니다. 황궁 아파트 사람들과 달리 이곳은 아무런 대가 없이 명화가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내줍니다.
🍳리뷰
영화 보면서 개인적으로 말에 주목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외부인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거랑 외부인을 숨겨준 주민들에게 '죄송합니다'를 200번 외치게 하는 형벌이 기억에 남는데요. 처음에는 '외부인'이고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바퀴벌레'라고 부르면서 외부인을 정말 바퀴벌레처럼 취급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죄송합니다'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100번 넘게 말하는 것도 자존감에 문제 생기기 딱 좋은 형벌이 아니었나 싶었네요.
말이라는 게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요즘 SNS에 회사를 '월급 카페'라고 부르면 상대적으로 더 재밌는 곳 같아서 출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봐서 더 관심 있게 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거 말고도 영탁이 민성을 가스라이팅 하는 장면도 꽤 끔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명화가 규율을 어긴 것도 맞긴 하는데... 뭔가 둘의 대화를 보니 악덕 사장과 소시민 같아서요. 익숙한 기분 나쁨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 예매하면서 정보 찾다가 박보영(명화 역)이 미웠다. 발암이다.라는 리뷰가 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까 이해가 안 되네요. 명화가 한 말 중에 이상한 말도 없고 딱히 갈등을 일으키지도 않는데요. 외부인까지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이상주의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솔직히 남는 방도 있었는데 싹 다 내보내지 않았나요. 그게 갈등을 유발할 정도로 극단적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진짜 갈등은 보라 머리한테 너네 엄마 어디 두고 왔냐, 딸인데 말을 그렇게 하면 되냐, 우리가 노력해서 일궈놓은 곳에 뒤늦게 몸만 와서 뭐 하는 거냐고 한 사람들 아닐까요. 그런 재난 상황에서 자기보다 훨씬 어린애한테 시비 거는 게 좀 어이없었어요. 지금 재난 상황이라니까요?!??!
남편과 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져온 물품으로 버티는 주제에 나댄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아파트 내 갈등 중 하나였습니다. 애초에 군필자들만 추려서 나가자, 일한 만큼만 물품을 보급하자고 정한 건 주민들 본인인데요... 여기서 마지막에 나온 사회와 또 비교가 되는데, 명화를 발견한 외부인들은 여자 둘(셋이었나?)과 남자 한 명이었습니다. 군필이건 뭐 건간에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함께 나가서 자원을 구해온 겁니다. 명화는 아무것도 안 하고 따라오기만 했는데, 심지어 소문이 끔찍한 황궁 아파트 주민인 걸 알았는데도 보금자리랑 밥을 줘요.
결국 개개인의 이득을 따져가며 외부인을 배척하고 소수의 도움 안 되는 사람들을 외면한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결국 내부갈등과 피습으로 인해 사회가 무너졌고, 마지막에 명화가 가게 된 곳은 비록 아파트가 무너지긴 했지만 서로 도우면서 평화로운 사회를 제대로 구축했고요.
영화를 엄마랑 같이 봤는데 초반에 외부인을 모두 내보내는 걸 이해하지 못하시더라고요. 그냥 영화가 잘 이해가 안 됐대요.ㅋㅋㅋㅋ 세상이 다 무너졌는데 니 거 내 거가 어딨고, 아파트가 대체 무슨 상관이냐면서 같이 살 생각은 안 하고 다 내보내냐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건 시각적인 피드백인데 작품 배경이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추워 보이지가 않습니다. 맨 처음에 나오는 입김에서 너무 CG 티가 나서 좀 당황스러웠고요. 분명 다들 패딩 입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공기가 좀 따뜻해 보였어요. 그래서 얼어 있는 생선 같은 것도 너무 추운 겨울이라 얼어붙은 건데 딱히 추워서 얼었다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 춥다고 연출된 것들이 영상에서 보이는 계절과 잘 연결되지 않아서 좀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주연 배우들 문명특급 인터뷰한 거 보니까 실제로 한여름에 촬영했다고 하네요.
🍳평점
그냥 무난하게 볼만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3.8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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