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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소림)』후기

by ₊⁺우산이끼⁺₊ 2022.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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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작가의 장편 소설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리뷰입니다.

장르는 현대 판타지 헌터물.

BL이긴 한데 판타지 소설에 가깝습니다.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소림)

10년 전 서채윤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며 세계를 구했으나
지금은 무명 헌터로 지내는 윤서.
그는 죽은 동료들의 유언만 전부 들어주고 나면 바로 죽을 예정이지만
그 유언들이 <스쿼트 3백만 회>, <참돔 9짜 10마리 낚시>, <초코크랙쿠키 1만 개 굽기> 따위라서 자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적인 대형 길드인 석영에서
윤서가 속한 길드를 합병시키더니 몇몇 헌터들을 모아 팀을 구성하고,
팀에서 만난 세계 1위 헌터 권지한은
윤서가 특별한 사람임을 단번에 알아보고 접근해 온다.

 

큰 주제는 영웅의 희생이란? 정도인 것 같아요. 주인공이 계속 영웅들은 왜 정의롭고자 하는가? 왜 약자를 돕는가? 그들은 왜 본인을 희생해서 인류를 지키는가? 대충 이런 고민을 합니다.

그렇다고 막 어두운 내용은 아니고요. 조금 암울한 상황이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밝은 편입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줄거리에 나온 것처럼 10년 전에 세계를 구한 영웅인 윤서는, 당시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살을 결심합니다. 근데 동료들이 남긴 어이없는 유언들 때문에 못 죽어요. 이게 참 웃기고도 슬픈 소재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유언들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한 분들도 있겠지만, 동료들은 윤서가 계속 살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뿐더러 굉장히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들입니다.

스쿼트 3,000,000회, 러닝 5,000회
국밥 1000그릇 후추 뿌려서 먹기
초코크랙쿠키 10만 개 굽기
새벽 낚시로 참돔 9짜 10마리 낚기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금강산, 덕유산, 계방산, 태백산, 오대산, 가리왕산 정상에 올라가기
어린이용 색칠 공부 책 1000권 칠하기
직장인이 되어서 성실하게 일하기
밥 먹을 때 20번씩 꼭꼭 씹기
손뜨개질로 니트 100장 뜨기
안락하고 평화로운 보금자리 만들기. 방은 세 개, 욕실은 두 개, 넓은 테라스가 있고 햇볕이 잘 드는 좋은 집.
풍경화 120점, 인물화 30점, 정물화 30점 그리기
일기장 최소 다섯 권 채우기
낙엽 책갈피 300개 만들기

이외에도 많은데 직접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이없는 건 '침대에서 자라'

어이없는 유언이 나올 때마다 안쓰럽고 눈물 날 것 같았어요. 에필로그 볼 땐 눈물 줄줄😭

 

윤서가 계속 정의에 대해 비관적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영화 <엑시트>가 떠올랐습니다. 조정석 씨와 윤아 씨가 나온 2019년도 영화인데 보셨나요? <엑시트>에는 주인공인 조정석 씨와 윤아 씨가 구조헬기를 옆 건물 학생들에게 양보하고 펑펑 우는 장면이 나오죠. 그들이 웅장한 마음가짐으로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너무너무 살고 싶지만 그래도 저 애들을 살려야 하지 않겠냐는 고민 끝에 결정했다는 점이 현실적이었는데요. 이전에 나왔던 재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연출이 아니었나 싶어요.

소설 내용과 큰 관련이 없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꾸 떠오르더라고요?ㅋㅋㅋㅋ

하여튼 정의는 아무것도 아니며, 불공평한 책무일 뿐이라고 생각하던 윤서는, 정의로움으로 똘똘 뭉친 권지한을 만나면서 트라우마도 치유하고, 숨겨진 진실도 알게 되고, 생각도 바뀌게 됩니다.

 

감정 변화를 설명하는 게 조금 어설픈 부분들이 있었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았습니다.

얘네 왜 이래? 싶었던 부분 중 하나는 박수빈 씨인데요. 윤서가 석영에서 테스트받을 때였나, 그때 박수빈 씨가 독백으로 윤서에 대한 감정이 연애 감정이라고 서술하는데 좀 뜬금없었어요. 약간... 뭐 어쩌라고;;이런 기분 ㅋㅋㅋㅋㅋㅋ 이후에도 그렇게 막 서브라는 느낌은 안 들어서 굳이 그랬어야 했나 싶었네요.

 

🍳결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고, 마무리도 깔끔했습니다. 떡밥도 다 회수했고요.
하지만 로맨스를 원하는 분들한테는 조금 부족했을 것 같아요.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전 재밌게 봤음.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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