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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사회학(이은조)』책 리뷰

by ₊⁺우산이끼⁺₊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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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사회학- 리니지와 WoW의 로그 데이터에서 찾은 현실 세계의 알고리즘'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분야는 사회과학이며 지은이는 데이터 과학자인 이은조 씨입니다.

게임의 사회학(이은조)

많은 이가 게임을 그저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 세계의 유희로 치부한다. 하지만 오늘날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가 현실 세계와 거의 유사하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게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인간 심리와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게임 데이터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팬데믹, 종말, 인센티브, 조직 경영, 호혜성 등 사회과학의 주제를 파헤친다. 리니지, WoW, 파이널 판타지, LOL의 로그 데이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흥미진진한 지식과 통찰을 만나보자.

읽으면서 이 짤이 생각났습니다.

채리나 씨가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게임에 대해 했던 말

'40명이랑 약속이 되어 있어요 나름 안에서!'

채리나 씨는 결혼 전에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 걸 걱정한 남편 분이 결혼 후에 아예 컴퓨터를 금지해서 금단현상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채리나 씨의 남편처럼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게임에 빠진 사람들을 사회 부적응자 혹은 아직도 '그런 거'하는 철없는 사람으로 보죠. 자녀가 게임에 빠지면 걱정하는 부모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것일 뿐 중독까지는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분들에게 게임을 현실과 연결짓는 건 좀 새로울 것 같아요. 게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인간관계라고 할 수 없는 걸까요? 게임 속 세상은 정말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까요?

 

책은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로 시작합니다. 게임의 서비스 종료와 실제 종말을 연결 지어요. 우리가 게임 서비스 종료의 순간을 맞이하는 모습이 실제 인류 종말 때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겁니다.

헬리 로우드는 <심즈 온라인>의 종료 과정을 기록하면서, 종말을 앞둔 사람들이 게임 회사의 독단적인 결정에 분노하거나 가 최후의 순간에 가상 세계를 짓밟는 등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에 애착을 가지던 사람들은 종료 순간에 가상 세계에 모여 그동안의 추억을 나누며 평화롭게 종말을 맞이했죠.

이는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에서도 볼 수 있었던 장면입니다. 트릭스터, 스톤에이지, 에버플래닛….

게임 속 광장에 모여 '트릭스터 사랑해요!'를 외치는 사람들

무슨 게임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섭종 전에 목장에서 기르던 말들을 풀어줬다는 이야기를 보고 감동했었네요. 디지털 데이터 조각일 뿐이라도 자신이 없을 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어쨌든 이러한 현상들을 사회학자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실에서 멸망을 겪은 사람들을 조사하기는 인도적으로도 힘든데, 게임 유저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는 이상 크게 반발하지도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모든 로그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으니 더 연구하기 쉽겠죠.

 

좀 신기하게 읽었던 파트 중 하나는 조직경영입니다. 전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길드에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지옥의 솔플러죠. 만렙을 찍거나 현질을 많이 할 정도로 깊게 빠지지 않기도 했고요. 현실에서 소심하더라도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는 게임에선 사교적인 분들이 있는데, 전 게임 속에서도 소심합니다. 익명성 뒤에 있지만 저 사람들도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온라인 게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몇 번 읽기도 했지만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요.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을 보니 게임 속 사회생활도 현실의 사회생활과 별다를 게 없었습니다. 결국 게임도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요.

 

다음은 책의 마지막 장, 호혜성 이야기 끝에 나오는 글입니다.

몇몇 극단적인 사건을 통해 게임이 반사회적인 영향을 준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앞에서 소개한 미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게임 사용자들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서로 도움과 기부를 주고받는 호혜적이고 친사회적인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번 장에서 소개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은 인간이 사회성을 형성하는데 현실 세계 못지않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연구가 더욱 정밀해져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연관성을 정확하게 밝힐 수 있다면, 그때는 우리 인간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공간이 현실 세계인지 가상 세계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210페이지

 

'게임의 사회학'은 실물 책도 있고 e-book도 있습니다. 전 실물 책으로 읽었는데 크기가 좀 작은 편이라 읽기 편했어요. 게임 좀 해본 분들이나 게임에 열정적인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 열풍에 대한 비웃음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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