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노래는 항상 제 취향을 빗나갔지만, '봄날'은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종종 듣고 있습니다.
초봄에 들으면 가장 좋지만 날이 선선해졌을 때 들어도 좋아요.
앨범의 주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하네요.
2017년 2월에 발매된 리패키지 앨범 'YOU NEVER WALK ALONE'의 타이틀곡, '봄날' 감상문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처음 들은 건... 기억이 안 납니다.
랩 파트는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후렴구는 이전에도 여기저기서 들었거든요.
나중에서야 '아, 그게 이 곡이었어?'하고 알게 됐습니다.
제가 노래 전체를 제대로 듣게 된 건 친구가 군대에 간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좀 늦은 나이에 가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국가가 부르는데 일개 시민인 제가 붙잡을 수 없으니 조심히 다녀와라~했습니다.
별 감흥은 없었어요.
겨울이 끝나가는 2월이었는데 따뜻해지기는 커녕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그때도 BTS의 인기가 국내 해외할것 없이 굉장했기 때문에 순수하게 궁금해져서 '봄날'을 처음부터 듣게 되었어요.
발매한 지 2년인가 3년 뒤였는데 아마 봄이 다가와서 알고리즘이 뜬 것 같더라고요.
근데 초반에 나오는 랩 파트를 듣고 있으니… 군대 간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너희 사진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너무 야속한 시간
나는 우리가 밉다
이제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우리가
군대 갈 때 보통 사진 들고 가잖아요.
요즘은 핸드폰 안 낸다고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만 볼 수 있으니 사진이 있으면 좋겠죠?(저도 잘 모름;)
하여튼, 사진을 봐도 보고 싶은 가족과 연인, 친구들...
여긴 온통 겨울뿐이야
8월에도 겨울이 와
마음은 시간을 달려가네
홀로 남은 설국열차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긴 온통 겨울뿐이야'라는 가사를 듣고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눈)를 치우는 군인들이 생각났습니다.
8월에도 겨울이 와. 그만큼 군대가 X 같다는 뜻.
니 손 잡고 지구
반대편까지 가
이 겨울을 끝내고파
그리움들이
얼마나 눈처럼 내려야
그 봄날이 올까
Friend
겨울을 군대(=일종의 시련), 봄날을 제대라고 치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허공을 떠도는
작은 먼지처럼
작은 먼지처럼
날리는 눈이 나라면
조금 더 빨리 네게
닿을 수 있을 텐데
집에 가고 있지만 더 빨리 가고 싶은 제대군인.
기차 타고 집에 가면서 창밖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군인이 생각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탄다면 KTX를 타겠지만요. 어쨌든.)
눈꽃이 떨어져요
또 조금씩 멀어져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얼마나 기다려야
또 몇 밤을 더 새워야
널 보게 될까 (널 보게 될까)
만나게 될까 (만나게 될까)
군대에서 제대할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지내는 모습.
You know it all
You're my best friend
아침은 다시 올 거야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순 없으니까
힘들지만 곧 제대할 수 있을 거야.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며칠 밤만 더 새우면
만나러 갈게 (만나러 갈게)
데리러 갈게 (데리러 갈게)
며칠 남지 않았어.
곧 있으면 제대니까 그때 널 찾아갈게.
*
뭔가 이렇게… 군인이 생각나지 않나요?
이제는 랩몬스터가 보-고↗쉽-다↘하는 거 들을 때마다 겨울 끝에 기차 타고 집에 가는 군인이 떠오릅니다.
처음 시작이 좀 쓸쓸한 느낌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조금 피식 웃게 돼요. 군인이라니;;ㅋㅋ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마침 그때 겨울이 끝나가는 2월이었고, 눈이 내렸고, 친구가 군대에 갔습니다.
다른 친구한테도 이 감상을 이야기했는데 '그런가?'하고 별로 공감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저만 느끼는 감상일까요?ㅋㅋ
제 감상이 어땠는지와는 별개로 음악 자체는 아련하고 희망적이라서 좋습니다.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분들이 별로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분들은 한번 들어보세요.
후렴구를 듣고 아, 이 노래구나!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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