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방탄소년단<봄날> : 제대하는 군인의 시

by ₊⁺우산이끼⁺₊ 202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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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노래는 항상 제 취향을 빗나갔지만, '봄날'은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종종 듣고 있습니다.
초봄에 들으면 가장 좋지만 날이 선선해졌을 때 들어도 좋아요.
앨범의 주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하네요.
2017년 2월에 발매된 리패키지 앨범 'YOU NEVER WALK ALONE'의 타이틀곡, '봄날' 감상문입니다.

YOU NAVER WALK ALONE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처음 들은 건... 기억이 안 납니다.
랩 파트는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후렴구는 이전에도 여기저기서 들었거든요.
나중에서야 '아, 그게 이 곡이었어?'하고 알게 됐습니다.

제가 노래 전체를 제대로 듣게 된 건 친구가 군대에 간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좀 늦은 나이에 가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국가가 부르는데 일개 시민인 제가 붙잡을 수 없으니 조심히 다녀와라~했습니다.
별 감흥은 없었어요.

겨울이 끝나가는 2월이었는데 따뜻해지기는 커녕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그때도 BTS의 인기가 국내 해외할것 없이 굉장했기 때문에 순수하게 궁금해져서 '봄날'을 처음부터 듣게 되었어요.
발매한 지 2년인가 3년 뒤였는데 아마 봄이 다가와서 알고리즘이 뜬 것 같더라고요.
근데 초반에 나오는 랩 파트를 듣고 있으니… 군대 간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BTS (방탄소년단) '봄날(Spring Day)'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너희 사진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너무 야속한 시간
나는 우리가 밉다
이제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우리가

군대 갈 때 보통 사진 들고 가잖아요.
요즘은 핸드폰 안 낸다고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만 볼 수 있으니 사진이 있으면 좋겠죠?(저도 잘 모름;)
하여튼, 사진을 봐도 보고 싶은 가족과 연인, 친구들...

여긴 온통 겨울뿐이야
8월에도 겨울이 와
마음은 시간을 달려가네
홀로 남은 설국열차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긴 온통 겨울뿐이야'라는 가사를 듣고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눈)를 치우는 군인들이 생각났습니다.
8월에도 겨울이 와. 그만큼 군대가 X 같다는 뜻.

니 손 잡고 지구
반대편까지 가
이 겨울을 끝내고파
그리움들이
얼마나 눈처럼 내려야
그 봄날이 올까
Friend

겨울을 군대(=일종의 시련), 봄날을 제대라고 치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허공을 떠도는
작은 먼지처럼
작은 먼지처럼
날리는 눈이 나라면
조금 더 빨리 네게
닿을 수 있을 텐데

집에 가고 있지만 더 빨리 가고 싶은 제대군인.
기차 타고 집에 가면서 창밖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군인이 생각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탄다면 KTX를 타겠지만요. 어쨌든.)

눈꽃이 떨어져요
또 조금씩 멀어져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얼마나 기다려야
또 몇 밤을 더 새워야
널 보게 될까 (널 보게 될까)
만나게 될까 (만나게 될까)

군대에서 제대할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지내는 모습.

You know it all
You're my best friend
아침은 다시 올 거야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순 없으니까

힘들지만 곧 제대할 수 있을 거야.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며칠 밤만 더 새우면
만나러 갈게 (만나러 갈게)
데리러 갈게 (데리러 갈게)

며칠 남지 않았어.
곧 있으면 제대니까 그때 널 찾아갈게.

*

뭔가 이렇게… 군인이 생각나지 않나요?
이제는 랩몬스터가 보-고↗쉽-다↘하는 거 들을 때마다 겨울 끝에 기차 타고 집에 가는 군인이 떠오릅니다.
처음 시작이 좀 쓸쓸한 느낌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조금 피식 웃게 돼요. 군인이라니;;ㅋㅋ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마침 그때 겨울이 끝나가는 2월이었고, 눈이 내렸고, 친구가 군대에 갔습니다.

다른 친구한테도 이 감상을 이야기했는데 '그런가?'하고 별로 공감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저만 느끼는 감상일까요?ㅋㅋ

제 감상이 어땠는지와는 별개로 음악 자체는 아련하고 희망적이라서 좋습니다.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분들이 별로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분들은 한번 들어보세요.
후렴구를 듣고 아, 이 노래구나!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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