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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후 리뷰 - 거룩한 척하는 구닥다리 영화(스포O)

by ₊⁺우산이끼⁺₊ 202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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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28년 후'가 올라와서 봤습니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좀비 시리즈인 '28일 후(2002)'와 '28주 후(2007)'에 이어 올해 개봉했던 좀비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에 혹평이 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국이 봉쇄된 상황이라는 설정입니다.

28 Years Later (2025)

요새처럼 고립된 홀리아일랜드. 이곳에 정착한 한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감염자로 가득한 영국 본섬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아들에게 생존을 위한 위험한 교훈을 가르친다.

일단 전반적으로 기존 시리즈와는 많이 다른 느낌을 줍니다. 28일 후 시리즈는 "분노" 바이러스가 사고로 유출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는 매우 잘 뛴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28일 후와 28주 후가 '좀비'라는 소재에 집중해서 사람들이 도망 다니고, 좀비에 먹히고, 협력하고, 배신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 등의 생존과 직결된 상황들에 집중한 것에 반해 28년 후는 휴머니즘이나 다큐 느낌이 좀 강했습니다. 기존과 비슷한 B급 영화가 나올 줄 알았는데 A급으로 만들려다가 애매해진 것 같았습니다. 3번째 영화니까 그럴 수는 있는데, 그 소재나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애매해서 별로였네요. 2025년 영화인데 좀 구닥다리 같다고 느꼈습니다.

진화된 좀비들이 나오는데 글쎄요.... 28년 만에 저렇게 진화했다고 하는 게 놀랍긴 함. 28일 후 시리즈는 좀비가 지능이 있다는 설정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 애매하네요.

 

내용과 상관없이 연출 관련해서 드는 의문인데요. 액션 나오는 장면에서 화살 맞을 때 약간 게임 같은? 이상한 무빙은 굳이 왜 넣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상에 오류 걸린 줄 알고 다시 봤잖아요.

 

28년이 워낙 길어서 그 사이에 태어난 애들이 있다 보니까 군인이 택배 기사라는 직업을 설명하다가 '아, 온라인이 뭔지 모르겠구나'이러면서 계속 막히는 게 웃겼네요.

 

> 영화가 구닥다리 같다고 느낀 이유들(줄거리, 결말 스포 있음!)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아버지와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함. 뭔가 벌써 구닥다리 같음

남자는 싸우고 여자는 밥 하는 구시대로 퇴보함. 아픈 엄마 대신 아빠가 집안일은 해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남자애들 화살 쏘는 법 공부하는 동안 여자들은 밖에 나간 남자들 돌아오면 환영식 한다고 식당 꾸밈. 섬마을이라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면이 남은 것 같긴 한데 다른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여자들도 적극적으로 싸우는 모습과 비교됨. 구닥다리 같음.

아빠가 아픈 엄마 두고 바람 핌. 그거 들켰다고 아들 뺨 때림. 고등학생쯤 된 애도 때리면 안 되지만 여기 나오는 애는 완전 애기인데 때림; 진짜 구닥다리 같은 내용임. 문명이 퇴보했다고 정신머리도 퇴화됐나요? 차라리 공포 때문에 패닉 온 애한테 정신 차리라고 때린 거면 모르겠는데 순전한 가정 문제 때문에 화나서 때렸다고?

진화했다는 좀비의 모습 중 하나가 누운 채로 느릿느릿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바닥에 있는 시체를 파먹는 대머리 비만 좀비임.

가족을 암시하는 듯한 좀비들이 나올 때 뭔가 쎄했는데(슬로우들을 보면 외관이 꼭 4인 가족 같음) 나중에 임신한 여자 좀비 나옴. 출산하는 걸 인간 엄마가 도와줌. 굳이 출산 장면 적나라하게 넣은 게 예술하는 남자들 감성이라서 구림.

출산 장면 얘기 더 하자면, 출산한 좀비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남자 좀비가 나타나서 개난리를 치는데 ㄹㅇ 겁나 큰 고추가 덜렁거려서 좀 웃겼음. 알파 좀비라면서 그 무리의 가장 강한 리더 같은 좀비가 있는데 바바리안처럼 생긴 남자 좀비임. 좀비들도 헬스하나 봄. 좀비들이 냇가에서 철퍽대면서 목욕하는 장면도 있는데 뭐 이 정도야...ㅋㅋㅋ

좀비가 낳은 아기인데 애가 멀쩡함. 피가 눈에만 들어가도 감염되는데 출산이 괜찮다고?? 의문이 들었는데 의사는 그걸 보고 '태반의 마법'이라고 함. 혹시 항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던가 이런 얘기도 없음. 어머니는 위대하고 출산은 신비롭기 때문에 그런 건 무시함.

의사가 시신을 모은 것에 대해 추모를 위한 거라면서 숭고한 느낌을 준 것 치고는 군인 머리통을 꼬챙이로 찌르는 장면 때문에 망자를 모욕하는 것 같음.

 

위와 같은 부분들 때문에 구닥다리 같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이런 게 그냥 괜찮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근데 영화가 전반적으로 거룩한 척해서 구닥다리처럼 느껴져요.

 

좀비한테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 속에서 그와 전혀 상관없는 불치병에 걸려 고통받는 사람을 주목한 건 좀 괜찮은 설정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 결국 의사가 안락사해줌.ㅠ 사실상 이 안락사가 영화의 결말이나 다름없는데요. 나쁘진 않은데 겨우 이거 하나 표현하려고 이런 영화를 만들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임팩트가 좀 약했어요. 좀비가 낳은 아기를 마을에 전해주고 소년이 혼자 육지로 나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좀 애매했네요.

초반에 아버지가 섬 밖에는 감염되지 않았지만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니 마지막에 진짜 좀 특이한 사람들을 만나긴 합니다. 파쿠르 잘하는 백발 양아치(?) 집단인데요. 살짝 보여주고 마네요. 이어지는 다음 영화를 낼 것처럼....

 

휴먼 드라마처럼 만들고 싶어서 이런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불치병에 걸린 엄마, 안락사, 가족과 집단을 이룬 좀비들, 출산하는 엄마 좀비 같은 걸 넣은 것 같은데요.

전체적으로 좀비 컨셉이 이전 시리즈들과 모순되는 것 같아서 28 시리즈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8 시리즈는 좀비 위주의 공포 시리즈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냥 좀비를 곁들인 수준이네요. 출산하는 좀비에 꽂혀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의사 캘빈을 두려워하는 걸로 좀비보다 같은 인간이 더 무섭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별로 와닿지 않았어요.

 

이 글을 적으면서 복기하다 보니 미래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것 같네요. 마을 사람들 보고 있으면 28년 후가 아니라 과거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도시가 아닌 섬이라서 그런 설정인 걸까요?

보통 재앙 이후의 미래를 보여줄 때는 과거의 잔재를 보여준다거나 해서 괴리감 같은 걸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영화는 좀비 말고 어색한 게 없어요. 그냥 원래부터 좀비가 있었던 어느 과거의 한 시점 같아요.

 

원래 아포칼립스 시리즈물은 한 2편 정도까지는 액션 위주의 오락 영화 느낌으로 가고, 3편부터 세계관을 정리하거나 어떤 마무리를 짓기 시작하면서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많은데요. 28일 후 시리즈도 단순한 B급이 아닌 그런 기승전결 있는 시리즈로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좀 망한 듯하네요.

감독을 찾아보니 나이 많은 백인 남자의 한계인가 싶기도 합니다. 제발 모성애에 대한 집착을 버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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