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윗 작가의 판타지 웹소설 '회귀자 헌터 양성소' 리뷰입니다. 남자 주인공 판타지 헌터물이에요.
연재 중인 작품이고 저는 200화까지 읽었습니다. 앞부분 읽은 지 좀 오래되어서 설명이 정확할지는 모르겠네요. 여캐와의 로맨스는 없습니다. 브로맨스도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집착이 있긴 한데 주인공한테 하는 집착은 아니고 서브들 얘기입니다.(서브가 서브한테 집착함) 가끔 집착하는 걸 보고 브로맨스라고 하기도 하던데 그냥 소름 끼치고 기분 나쁜 집착이에요.

우리 양성소 정상 영업 안 합니다.
안 한다니까 글쎄?
주인공 양채진은 자신이 믿고 있던 팀원들과 어떤 게이트를 클리어하다가 희생의 재단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배신을 당해 죽게 됩니다. 한 명은 희생해야 클리어할 수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사지가 다 찢겨서 죽었으니 충격과 배신감이 엄청나겠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양채진은 회귀합니다. 자신을 배신한 팀원들, 기희로 무리를 죽여요. 그랬더니 기희로 무리들의 주변인들이 복수하러 와서 죽어요. 또 회귀해요. 복수한다고 기희로 무리와 기희로 무리의 주변인들까지 죽여요. 근데 또 그 주변인의 주변인... 네, 뭐 어쨌든 대충 이런저런 이유로 복수하다가 죽는 걸 반복해서 이제 13번째 삶을 살게 됩니다.
근데 양채진이 복수한 기희로는 양채진을 배신한 기희로가 아니지 않습니까? 회귀했으니 양채진이 배신당한 건 없던 일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기희로는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양채진의 성격이 좀 더럽긴 하지만 자신의 트라우마가 된 기희로는 영웅 취급받고, 복수 같지도 않은 복수를 해도 분이 안 풀리고, 12번이나 회귀했으니 현타가 왔겠죠? 양채진은 자신에게 있는 분노 조절 장애와 화병을 다스리기 위해 이번엔 아예 기희로와 엮이지 말자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헌터를 은퇴하고 양성소를 세워요.
까칠한 고양이도 키우고, 직원 아닌 직원도 데려오고, 실제로 상담도 해주면서 자신이 회귀하는 이유, 지금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묘한 사건에 대해 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양채진 성격이 좀 악역 같은 건 맞는데 읽다보면 그냥 좀 삐뚤어진 거지 막 그렇게 나쁘지도 않은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평범하게 괜찮은 사람으로 자랐을 것 같아요. 너무 힘든 상황에서 자랐을 뿐이지...
솔직히 기희로가 착한 놈인 건 맞는데 좀 쓰레기 콜렉터 같다고 해야 할까요. 굳이 쓰레기들 모아놓는 게 얘도 좀 정신 상태가 좋은 것 같진 않아요. 하필 그 쓰레기 중 하나가 양채진이라서 또 양채진은 쓰레기들 사이에서 지냈잖아요. 차라리 차이립이랑 지냈으면 좀 나았으려나.😔
리뷰에 뜬금없이 다른 사람 시점이 나오면서 주인공이 나오지 않아 재미없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제가 읽어본 결과, 정말 리뷰에서 지적한 그 부분은 재미가 없습니다.ㅋㅋ
사건 설명 + 주요 서브 캐릭터들 서사 설명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한 번쯤은 나올만한, 나와야 할 이야기는 맞는데요. 제 생각엔 작가가 주인공 시점이 아닌 경우 + 사람이 여러 명 나오는 경우에 글을 잘 못 쓰시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 주인공 시점에서 서술한 것들은 괜찮은데 서브 시점에서 서브들끼리 대화하는 건 되게 재미없고 질리게 쓰시더라고요.
주인공 위주의 소설이라 제가 주인공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 상태라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만, 이상하게 서브들끼리 대화할 때 굳이 대화체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복해서 설명하게 되는 것 같고요.
<예시>
1: 왜 그런 건가요?
2: 이러해서 이러했었지.
1: 그래서 왜 그런 건가요?
2: 이러해서 이러하기 때문이야.
"왜 그런 건가요?" "이러해서 이러하기 때문이지"라고 한 번의 대화로 설명하면 될 걸 굳이 두마디, 네 마디 늘려서 설명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티키타카하는 걸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아직 잘 모르는 인물인 데다가 얘네 성격이 그 정도의 케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 별로 재미없었네요.
삽화가 있어서 그걸 기반으로 이런 느낌일거라 상상하면서 보긴 하지만, 삽화가 없었으면 캐릭터의 개성을 잘 못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걸 하기로 했다. 이러하고 이러해서 이걸 하기로 했다"처럼 같은 서술을 반복하는 문장도 많았고요.
그래도 이거는 리뷰에서 지적한 초반 부분만 심하고 그 뒷부분은 그나마 좀 괜찮은 편이에요.
44~57화는 그냥 스킵해도 아무 지장 없습니다. 저는 읽다가 댓글에서 기희로 시점에서 기희로 파티가 게이트 깨는 이야기라고 하길래 바로 스킵했어요. 스킵한 상태로 200화까지 읽었는데 이해 안 되는 거 없어요. 이게 정말 타이밍도 별로인 게 아직 독자인 제가 주인공에 대해 더 궁금한 시점에서 뜬금없이 주인공이 싫어하는 캐릭터의 일상을 보여주는 느낌이라... 보통 이런 건 길어도 2화 정도로 마무리하는데 길어도 너무 길더라고요. 스토리 진행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이걸 왜 보고 있나 싶었습니다. 참고로 50화 삽화는 기희로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76~80화는 차사들 이야기인 걸로 기억하거든요? 공장 실종 사건 수사하는 이야기요. 그래도 이건 스토리와 큰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서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긴 해요. 세 명의 차사가 나오는데 이중 차이립 차사가 꽤 중요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티키타카가 정말 재미없음;; 76화 삽화는 차사들 삽화입니다.
초반에 주인공 삽화가 나오지 않아서 아쉬우실 텐데 나중에 주인공 삽화 몇 장 나옵니다.ㅎ
정말 아쉬운게 리디북스는 웹소설에 각 화 부제목을 써주질 않는다는 거네요. 이거 부제목으로 구분해 주면 다른 사람 시점이 어디까진지 바로 알아보기 쉬운데 말이죠. 사실 네이버를 제외한 모든 플랫폼이 부제목을 안 써주긴 하는데 전 이게 정말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UX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직 '소비자'만 고려한.
※스포일러 주의※
소설 속 세계관의 가장 중요한 흐름이 시작되는 건 공장 단체 실종 사건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양채진이 1인 시위하던 공장에서 3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갑자기 사라져요. 찾아보니 세계적으로 이 사건과 비슷한 단체 실종 사건이 몇 번 있었어요.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 찾는 게 시발점입니다.
이 사건은 생각보다 꽤 거대한 음모가 있는데요. 바로 가이아의 아이들입니다. 가이아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에요. 여신이 나오는 건 아니고요. 어떤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아이들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명칭을 가져다 썼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이아의 아이들은 지구의 의지가 담긴 존재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얘네들은 지구를 위해 인류를 멸망시키러 왔어요. 공장 폐수에 대해서 시위할 때 지나가듯이 서술되지만, 사람들은 환경오염에 1도 관심 없고 계속 파괴하기만 하잖아요.
이들은 힘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땅에 심어서 양분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를 멸망시키고 싶어 하는, 세상을 경멸하는 각성자를 찾아 자기편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환멸을 느낄만한 인물들, 배미래, 양채진, 차이립의 곁을 맴돌아요. 200화까지 읽었는데 배미래는 양채진과 비슷한 사건을 겪으면서 넘어가고, 차이립은 좀 아슬아슬합니다. 양채진은 우리 귀여운 고양이, 양체다 때문에 안 된다며 개지랄(...)을 떨지요. 양채진에게도 지켜야 할 소중한 생명이 생긴 겁니다.
웃긴 건 양채진이 회귀할 때 이 세계의 시간만 돌리는게 아니라, 아예 세계 자체를 다시 만드는 거라 가이아의 아이들이 하던 일도 전부 되돌려진다는 거겠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 얘네들도 회귀 전 기억을 다 가지고 있어 가지고 양채진 때문에 자꾸 태초마을 가는 겁니다.ㅋㅋㅋㅋㅋ 약이 바짝 올랐겠죠?
차이립 과거는 정말... 선이선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차이립은 선이선 때문에 원하던 복수도 못하고 권력에 굴복해서 차사 일을 계속하게 됐으니. 이성적으로는 선이선의 행동이 틀린 건 아닌데 그냥 죽이게 놔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그런 범죄자 살려둬서 뭐해요? 그놈을 가둬놓는 공간, 음식 전부 우리 세금으로 내는 건데 딱히 갱생될 것 같지도 않잖아요. 갱생해서 사회에 기여하라고 가두는 건데 대체 무슨 쓸모로?? 혹시 정부가 자기네 이익을 위해 그 능력만 가져다 쓰고 있을까요? 제대로 처벌받고 있는 건 맞나? 사형 제도의 부활을 원합니다...
강릉시 연쇄 브레이크 사건 읽으면서 슬슬 차이립 떡밥 다 풀리고 최종전투 같은 거 한 뒤에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가의 서술 방식이랑 양채진이 사무실 이사하는 걸 보니까 400화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전작도 500화 넘게 연재하셨으니 비슷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초반의 서브 캐릭터들 이야기는 캐시로 봤으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재미도 없고 알맹이가 너무 작아요. 저는 그 부분 이벤트로 봐서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하차할만한 고비라고 해야 할까요. 이 소설의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초반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재밌는 소설이긴 해요. 주인공 성격이 극T에 사회화가 되다만 애라서 제멋대로 살거든요. 간간이 나오는 개그코드는 나름 제 취향이었습니다. 앞으로 양채진이 자신의 원통함(?)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재밌게 읽고 책갈피한 부분 정리하겠습니다.
내가 애써 외면하고 모르는 척을 했던, 그 가난한 동네. 그곳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산다.
그리고 내 생각과 달리,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지옥에 사는 건, 악마 같은 게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74화)
"오픈형 게이트가 생성되었대요. 강남에요!"
"어?"
단 한 번도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던 대한민국 적폐들의 희망에 오픈형 게이트가?
"세상에, 드디어 세상이 옳게 돌아가는구나!"
역시, 인생 여러 번 살아 볼 일이다. 적폐들이 가득한 그 심장부에 드디어 게이트가 열리다니.
(125화)
강남에 게이트 열리니까 좋아하는 거 개웃김 ㅋㅋㅋㅋㅋ 다른 헌터물에서도 강남이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 청정 구역이었다가 사고 터지는 걸 본 것 같은데 이렇게 주인공이 대놓고 고소해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독자들끼리 댓글에서나 웃었죠.ㅋㅋㅋㅋㅋ
"그래, 넌 각성자가, 내가 괴물이라고 했지만, 난 괴물 같은 거 안 될 거야.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될 거야. 너 같은 사람도 구할 생각을 하는, 괜찮은 사람. 그래서 우리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잘 먹고 잘살 거야. 그럴 거야, 나는."
(158화)
참고로 위 대사는 주인공이 하는 게 아닙니다. 분조장이라 저렇게 말할 인성이 안 됨;
저런 타입은 생각할 짬을 줘서는 안 된다. 사람이 왜 불안하다고 생각하지? 다 불안할 시간이 있어서다. 이렇게 옆에서 박박디라라 긁다 보면 불안할 새도 없다고.
(181화)
초반은 무료로 보시고 마음에 들면 후반부터 결제하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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