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새새 작가의 로맨스판타지 웹소설 '얼떨결에 죽은 남편을 부활시켜 버렸다' 리뷰입니다.
로판 카테고리지만 오컬트 호러 코미디에 가까워요. 로맨스 진도 매우 매우 느리고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면서 오컬트 사건을 함께 겪고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소설은 169화로 완결되었으며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표지에 있는 땀 표시나 제목 폰트가 일러스트 분위기와 안 어울리게 너무 귀엽지 않나 싶었는데 읽어보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소설의 분위기가 잘 표현된 표지예요.
19금 로판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도박 빚에 팔려 억지 결혼하는 유디트 해링턴의 몸에.
결혼식 날 남편은 사망하고, 가문에도 빚이 있지만
…뭐, 괜찮았다.
그나마 상속받은 저택은 저주받았다는 소문이 돌아 팔리지도 않지만
…그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겨우 이 정도에 겁먹을 내가 아니지, 산전수전 공중전에 빙의전도 겪은 나야.'
사업을 벌여 이번 생엔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남편의 시체가 썩지 않는 건 너무하잖아!
"나한테 무슨 짓을."
짙은 녹음을 닮은 남편의 눈동자가 벌거벗은 자신의 육체와 유디트를 훑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얼어붙은 고요를 깼다.
"우리가 설마 그걸 하는 중이었나."
죽은 남편이 살아났다.
19금 소설 속 캐릭터 아니랄까 봐 별 난잡한 오해를 하면서.
***
"눈웃음을 치네."
남편을 옆에 두고 다른 남자한테?
에른은 어이없어하며 가까이에 있는 유디트의 눈을 가렸다.
"너 이거 불륜이야."
"눈빛 좀 주고받았다고 무슨 불륜이에요."
흥, 콧방귀 낀 유디트가 에른의 손을 잡아 내렸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불륜이에요, 나 결혼식 날 사별했는데."
유디트가 그를 향해 혀를 빼꼼 내밀고는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아까 유디트의 눈을 가린 건 장난이었다. 사별했으니 눈웃음 정도는 주고받아도 된다는 유디트의 말도 필시 농담이리라.
아는데, 분명 아는데,
"…기분이."
왜 이리 더럽지?
해새새 로맨스판타지 소설 <얼떨결에 죽은 남편을 부활시켜 버렸다>
#로맨틱코미디 #선결혼후연애 #오컬트 #개그한스푼 #돈미새여주 #쌍방구원
(출처: 카카오페이지)
스포 없는 후기...
지금까지 봤던 돈에 미친 여자주인공들...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유디트가 진정한 돈미새입니다. 유디트를 보고 나면 돈 벌거라고 다짐하는 다른 소설의 여주들은 그냥 사는 거지 돈미새로 사는 건 아니구나 싶을 걸요.
처음엔 에른이 밉상이고 짜증났는데 유디트 성격이 장난 아니라서 그냥 웃기기만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뒤집고 다닐 수 있는 미친개도 진짜 돈미새 앞에서는 한낱 돈벌이 수단일 뿐입니다.
좀 남다른 소설이다 싶었던게 장르 소설 특징 중 하나가 사람들의 욕망을 판타지 요소로 대신 충족시켜 주는 거잖아요.(대리만족) 예를 들어 갑자기 게임 천재가 된다거나, 특별한 능력이 생겨 영웅으로 추앙받거나, 딸을 아끼는 아버지가 생긴다거나, 귀족이 되어 대접받는다거나, 유능하게 사업을 성장시켜 존경받는다거나 하는 거요.
이 소설은 딱히 그런게 없습니다. 있다고 한다면 남편이 잘생겼다는 거 정도? 사이다물 같은 전개도 없고요. 유디트가 굉장히 팍팍하고 힘든 상황들에 절망만 하지 않고 의연하고 돈미새스럽게(?) 대처해서 별 거 아닌 것 같고 웃기기만 합니다. 읽다 보면 그냥 어이가 없어요. 보통 로판물 보면 어떻게 현대 사회의 소시민이었던 사람이 지위를 얻자마자 저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 소설엔 그런 부분도 없었습니다.
큰 저택이 있긴 하지만 무슨 유령이 살 것처럼 으스스한데다 빚이 많아서 대금업자에게 협박을 받고, 죽었다 살아난 남편은 날 홀대하고... 이전 생에서도 빚에 허덕인 경험이 있던 유디트는 굴하지 않고 오히려 고리대금업자(아드님...)를 휘어잡으며(?) 열심히 살아남습니다. 유디트가 향초 사업을 시작하는데 이것도 막 다른 소설의 사업하는 여주들처럼 본인의 똑똑함을 어필하면서 시원시원하게 하지 않고 악착같이 합니다. 독자들의 욕구를 투영해서 대리만족하는 게 아니라, 유디트라는 등장인물의 삶을 지켜보며 응원하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로판 특성상 황제가 나오는데요. 비중이 적고 무능합니다. 황제와 황후 둘 다 엄청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좀 이기적이긴 했어요. 본인들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느낌? 치안대만 죽어라 고생하는데 이 치안대도 무능해서 자꾸 놓쳐요.
다른 소설들처럼 갈등으로 인해 답답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워낙 주인공이 특이한(?) 돈미새고 스토리를 질질 끄는 것도 없고 끝까지 재밌게 읽었습니다. 유디트에게 빌 붙을 생각만 하던 에른이 점점 감기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밌어요.ㅋㅋ
웹소설 많이 읽었지만 솔직히 완결까지 읽을 정도로 재미를 유지하는 작품도 많이 없고 스토리로 뇌절하다가(갑자기 알고보니 내가 전생에 어쩌구... 나는 사실 뭐였구 저쩌구...) 끝나는 게 많아서 기억에 남지 않는 결말이 많은데요. 이렇게 분위기 변화 없이 재미가 계속 유지되고 납득되는 결말은 오랜만인 것 같네요. 유치하지도 않고 오히려 웬만한 사이다물보다 속이 시원합니다. 외전 있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일지 궁금하네요.ㅋㅋ
처음에 유디트에게 빚이 생긴 게 다 에른 때문인 것 같고(맞긴 함;) 에른이 너무 싹수없게 행동하는 것 같아서(이것도 맞긴 함;) 조금 짜증날 때도 있었지만 끝까지 너무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카카페 소설 읽을 거 찾는 분들께 추천해요.
별점: ★★★★★ 만점!!
※결말 스포※ 사건의 전말
위에서 치안대가 무능하다고 했는데 너무 욕하지는 마세요. 샤딘한테 운을 높여주는 물건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제사장인 샤딘도 빙의자로, 이전 생에서 연쇄살인범이었습니다. 주로 본인 기준에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던 놈이에요.
살인범이 빙의 전에 마지막으로 죽인 사람이 지금 빙의한 이 소설의 작가였습니다. 음란물을 쓴다는 이유로 죽인거예요. 작가는 죽기 직전에 살인범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주술을 시행합니다.(바닥에 마법진 같은 거 그림)
주술이 성공하려면 살인범이 죽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코인 세탁소 사장이었던 유진이 휘말려서 같이 죽었고, 동시에 소설 속 세계에 빙의하게 된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유진이 뒤늦게 그가 살인범인 걸 알아채고 증거를 수집하려다 들켜서 쫓기게 됩니다.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둘 다 도로 위를 지나가게 되면서 트럭에 치여 죽습니다.
이쪽 세계에서는 원래 제사장과 그의 추종자들이 에른을 가지고 영혼 빙의술 같은 걸 연구하고 있었는데요. 뭔가 잘못됐는지 샤딘과 유디트에게 영혼이 빙의되고, 에른을 향한 주술은 실패한 겁니다.
연쇄살인범은 샤딘에게 빙의하면서 '그분의 유지'보다는 돈벌이와 본인의 안위만을 신경씁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추종자들이 끔찍하게 죽습니다. 샤딘은 자신의 사업을 방해하는 사람이 작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빙의시킨 것도 작가일 거라고 생각하고요. 처음엔 에른이 작가라고 생각하다가 거의 마지막쯤에서야 빙의된 사람은 유디트고, 작가가 아닌 코인세탁소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도망친 추종자들마저 죽여버리고 혼자 남은 샤딘은 유디트와 주변인들을 제물로 바쳐 그분의 유지를 깨우고 유디트에게는 그분을, 에른에게는 자신의 영혼을 빙의시키려고 합니다.(유디트가 빙의자인 걸 알아채기 전에 작가가 잘생기고 몸도 좋은 에른의 몸에 빙의했다고 생각해서 질투함 ㅋㅋ) 그래서 주술을 시행하는데... 그분은 작가였어요. 작가는 유디트에게 복수를 양보해줄 수 있겠냐고 허락을 구하고 샤딘(살인마)에게 복수합니다.
작가가 죽기 전에 했던 주술이나 단지에 대한 전설까지 연결해보면 재밌는데 이건 소설을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유디트가 빙의하면서 얻은 엄청난 빚에 대해...
사실 클리프네 집안(애커만 가문)이 라인란트 가문을 등쳐 먹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 속 세계관에서는 변호사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 부유해 보였잖아요. 그게 다 애커만 가문 대대로 라인란트 가문을 등쳐 먹은 돈이었던 겁니다.😭 이것도 결국 해결됩니다.
마지막에 유디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이야기하는걸 보고 139화에 있던 댓글이 생각나더라고요. 어떤 분이 이 소설의 포인트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외면하려고만 하는 사람이 다른 세계에 다른 인물로 빙의한다고 정말 다른 삶을 살 것인가?라고 하셨습니다.
샤딘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부하며 주술과 같은 마법적인 힘으로 뭔가를 이루려고 하고, 유디트는 남들이 보기에 불행할지라도 그 현실을 직시한 채 단단히 뿌리내리고 눈앞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적응하고 헤쳐나가려고 합니다. 결국 두 사람 다 빙의 전과 후의 삶에서 하는 행동과 선택에 아주 큰 차이는 없어요. 유디트가 샤딘을 공포스러운 사이코패스가 아닌 찌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며 산전수전 다 겪은 사회인이었기 때문이라는 거죠.(실제로도 저런 애들은 찌질이가 맞음...)
*마지막 스포: 원작 소설이 19금이라고 나오는데요. 이 소설에서는 19장면 안 나옵니다.(당연함. 전체이용가 작품임.) 그렇다고 둘이 하는 걸 생략하는 묘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둘이 애정씬이 없어요. 최종화에서는...(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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