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완결까지 본 작품이 2개나 되네요. 체대생 작가의 현대판타지 장르 웹소설 '배우의 은밀한 이중생활' 리뷰입니다.
한창 특정 웹툰사 불매 운동이 이어질 때 카카페 소설 추천글이 올라왔는데 거기서 보고 읽게 된 소설이에요. 210화로 완결된 소설입니다.
사실 배우물을 굉장히 많이 읽어봤는데요. 현판 특성상 좀 반복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어느 정도 읽고 하차한 게 많습니다. 400화는 우습게 넘는 소설이 많은데 그냥 전부 연기하는 내용이다 보니까 좀 현타가 오기 쉬운 것 같아요. 이 소설은 210화라 현판치고 그렇게 길지도 않고 주인공의 연기 외의 성장이 돋보여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집에서 글만 쓰는 작가가 천직이라 생각했다.
[버전이 업데이트됩니다.]
[스타 작가 육성 시스템, v2.0]
아니, 생각이 바뀌었다.
오늘부터 천재 배우가 되기로 했다.
[배우의 은밀한 이중생활]
(출처: 카카오페이지)
모종의 사건으로 히키코모리가 된 주인공이 시스템을 만나면서 원래 꿈이었던 배우가 되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우주선. 드라마 작가인데 만월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어요. 회의는 가면을 쓰고 화상회의로 진행합니다.
어느날 스타 작가 육성 시스템이라는 게 눈앞에 떠오르는데, 이 시스템은 작가의 글을 평가해서 얼마나 히트칠지를 가늠할 수 있고요. 글 속 등장인물이 되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등장인물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거죠. 게다가 시스템으로 등장인물이 되어본 후에 현실로 돌아오면 시간이 몇 초 정도만 지나가 있는데요. 이때 아직 몰입이 깨지지 않으면 계속 그 등장인물처럼 연기할 수 있습니다. 주선은 원래 남들 앞에 못 서는데 이 시스템을 이용해 밖에서도 연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캐스팅돼요. 다만 본인이 쓴 작품에만 빙의해볼 수 있어서 만월 작품에만 계속 캐스팅되어야 합니다.ㅋㅋㅋ
이 과정에서 주변인들이 여러가지 착각을 하고, 주선은 자신이 만월이라는 걸 들키지 않게 조마조마하며 배우 생활을 이어갑니다.
희망적인 배우물이고요. 주인공이 찌질하지만 귀여운 수준입니다. 찐따스러움이 굉장히 잘 표현되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나 싶고(이 몸, 출격.) 대리수치가 느껴지는 부분이 꽤 많은데 막 싫을 정도는 아니게 조절을 잘한 것 같아요. 같이 다니는 사람이 친여동생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둘의 관계가 현실 남매처럼 묘사됩니다.ㅋㅋ 다른 주변 인물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에요.
완결 가까울 때쯤에 담당자와 문제가 있었는지 지각을 자주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2024년 8월에 완결된 작품인데 제가 12월에 봤을 때 검수가 안 된 것으로 보이는 문장이 꽤 많았습니다. 이름을 잘못 쓴다거나 단어 선택이 이상하다거나 하는 거요. 단순 오타면 모르겠는데 서술 오류까지도 아직까지 수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좀 걸립니다. 극 중 극과 시청자 반응도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많이 줄어들어서 완결을 내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가 지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끝으로 갈수록 약간 급전개가 있습니다. 작가나 출판사가 이 작품에 애정이 없는 걸까요. 아님 유통사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작품 외적인 문제가 많았던 것 같아서 아쉽네요.
첫 번째 극 중 극인 야누스가 좀 길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이후 다른 작품들은 좀 빨리 끝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게 촬영 얘기만 쭉 하지 않고 중간에 다른 얘기까지 섞여서 길어졌던 것 같아요.
극 중 극 서술할 때 헷갈리게 하는 게 있어서 이것도 좀 아쉬웠네요. "(배우 이름), 또는 (극중 이름)" 이런 식으로 말해서 오히려 헷갈렸어요.
작가가 본인이 아저씨거나 아저씨 심리학 박사인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아저씨들이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아재 느낌이 장난 아니고요. 그런 아재스러움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건 안 감독이에요. 전형적인 예술병 걸린 꼰대인데 딸 이야기로 깊게 들어가면서 출연 비율이 높아지니까 읽기 싫었어요.(이름 때문인 건 이해하지만;) 게다가 촬영하기도 전에 배우들과 사적으로 너무 가까워지는 게 어색하기도 했고요. 여러 명도 아니고 주연 2명만 집에 초대하는데 솔직히 배우가 여자였으면 난리 날 일이죠. 실제로 감독과 배우들이 이렇게 친목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소설만 읽었을 때는 안 감독이 좀 지나치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소설에서 이런 꼰대스러움을 좀 포장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마지막에 안 감독이 만월 영화에 공동연출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주 감독 입장에서는 좀 떨떠름했을 것 같아요.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가 방금 칸에서 상 받은 나이 많은 선배 감독의 제안을 어떻게 거절하겠어요.ㅋㅋ; 제가 안 감독을 안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한참 어린 감독 찔러서 숟가락 얹으려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데니 윤은 좀 밉상이지만 까탈스러워서 그렇지 프라이드가 높고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안 감독이 너무 불편;;
※결말 스포※
우주선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시스템을 이용해서 연기를 잘하게 된 것이라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어릴 때부터 혼자 연기 연습을 했었다고 하지만, 그 연기는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지 못했잖아요. 지금 연기를 잘한다고 평가받은 건 시스템을 이용한 연기죠. 주선은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이 부채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 없이 연기를 하게 됩니다. 이게 성공하면서 계속 시스템 없이 스스로 연기를 하게 되어요.
주선이 히키코모리가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버지인데요. 주선의 아버지는 가정폭력범이었는데 자신의 일을 위해 가족들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 아버지라는 사람은 해외에서도 유명한 한국 감독의 거장 강성덕이었습니다. 주선은 강성덕의 영화 시나리오 점수가 자신의 작품보다 높은 걸 보고 화가 나서 그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을 버린 그를 이기고 싶어 해요. 내적으로 갈등하던 주선은 이번엔 아예 시스템의 도움 없이 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강성덕과 정면으로 대결하고자 합니다.
성공적으로 영화 제작을 마치자 6개월 동안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안내와 함께 시스템을 삭제할 건지 묻는 창이 뜨는데요. 주선은 앞으로도 시스템의 힘을 빌리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삭제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영화 개봉 전, 강성덕이 갑작스럽게 쓰러집니다. 왜 쓰러졌냐면... 이 사람도 스타 작가 육성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강성덕은 무명이었는데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엄청난 실력을 가지게 되어서 거장 감독이 된거예요. 하지만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대가로 50세에 사망해 저승에서 명부를 작성하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영원히요.
죽음 때문에 어영부영 사과하고 용서하면서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그런 신파는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에 '아버지, 그 세 글자만큼은 사랑했었어요'라고는 하는데 혈연에 대한 사랑보다는 지금 당장 죽어가고, 영원한 벌을 받을 예정인 사람에 대한 연민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체대생 작가는 혈연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막상 소설 속 주인공인 주선은 그렇지 않은 느낌? 좀 애매하지만 나쁜 결말은 아니었어요.
주선은 혹시나 해서 데니 윤한테도 시스템에 대해 물어보는데 알고보니 데니 윤도 몇 년 전에 시스템이 찾아왔었대요!!! 하지만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려는 괘씸한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아 쌍욕을 해서 퇴치했다고 하네요.^^
시스템도 없애고, 자신의 응어리였던 아버지 일도 해결되고, 주선은 마지막 화에서 자신이 만월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밝힙니다. 이젠 정말 자신의 과거를 이겨낸 거예요!
배우물은 읽다보면 오히려 아무런 변화 없이 한결같은 주인공의 태도가 질려서 하차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끝까지 읽은 걸 보면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꽤 길게 나왔던 극 중 극인 야누스도 재밌었고요.
별점: ★★★★ 뒷심이 부족했지만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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