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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사 대놓고 표절한 카카페 신작 웹소설『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키아르네

by ₊⁺우산이끼⁺₊ 202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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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확인했는데 2021년 12월 24일에 <회귀자들의 집착을 받고 있습니다>로 제목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내부 논의 때문에 대응이 늦어졌다고 하네요.

웬만해서 이런 걸로 지적 안 하는데 이건 좀 심한 것 같아서 씁니다.

오늘 카카페 들어갔다가 알림 뜬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작 웹소설이 나왔는데 제목이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네요?

키아르네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표지 - 출처: 카카오페이지

유명해서 아는 분들이 많을 텐데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아가씨>에서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시그니처 문장이나 다름없고, 영화 관계자가 고심해서 만든 문장이라고 직접 언급한 적도 있죠. 오마주하거나 대사 자체를 인용하는 분들이 많아서 영화 <아가씨>를 안 본 분들도 저 문장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근데 이걸 웹소설 작가가 단어 하나만 바꿔서 그대로 본인 상업 작품에 사용했네요.

신인 작가인가 했는데 다수의 작품을 썼던 키아르네 작가였습니다. 작가 전작인 『신데렐라를 곱게 키웠습니다』 재밌게 봤었는데 실망스럽네요. 웹툰화된 히트작도 있는 프로 작가가. 심지어 신곱키에는 주인공이 저작권 관련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근데 작가 본인이 이런 짓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네요.

내용도 <아가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마주한 내용도 아니고 퀴어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로판입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작품 설명 - 출처: 카카오페이지

지금 댓글에 영화 대사에도 저작권이 있냐없냐 말이 많은데 이건 저작권 문제도 있지만 일단 상도덕이 없는 거죠. 옛날 작품도 아니고 개봉한지 5년 밖에 안 된 영화입니다. 근데 그 영화의 핵심 대사를 해당 영화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소설의 제목으로 베끼다뇨. 작가가 게으르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고요.

(+)영화 대사에로 쓰인 문장에 저작권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저작권법에 보호되는 저작물의 기준: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은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는바, 여기에서 창작물이라 함은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조금 불안하더라도 인생에서 다시 없을 청년 시절을 충분히 만끽하고 즐기자"라는 문장이 저작물로 인정된 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9. 4. 선고 2017가소7712215 판결

원고의 이 사건 어문저작물인 "B"의 창작성을 살펴보면, 이 사건 저작물은 원고가 발매한 음반의 겉면에 스티커로 부착된 것으로서 "우리 조금 불안하더라도 인생에서 다시 없을 청년 시절을 충분히 만끽하고 즐기자"라는 사상이 표현되었다 할 것이고, 용어의 선택, 리듬감, 음절의 길이, 문장의 형태 등에 비추어 독창적인 표현 형식 포함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노이즈 마케팅이었다면 성공이지만 작품이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작가님한테 정 떨어진 분들도 있을 겁니다. 사람들 저작권 의식은 더 낮아졌을 거고요.

영화사측에 가만히 있거나 저작권상 문제가 없더라도 키아르네 작가님은 소설 제목 변경에 대해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목 보고 바로 다른 작품이 떠오르는 건 작가님에게도 절대로 좋지 않습니다. '표절 작가'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 붙을 겁니다.

*

전에 드라마 제작사에서 자우림 씨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노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가 드라마 제목으로 사용했던 것도 생각나고 너무 씁쓸하네요. 세상에 성의 없는 창작가들이 왜 이리 많은지... 지금도 좀 그렇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이제 키아르네 작가님 작품 편하게 못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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