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한국 좀비 영화 '군체'를 봤습니다. '부산행' 감독이었던 연상호 감독 영화입니다. 가족들이 보러 가자고 하기도 했고 요즘 볼 영화가 딱히 없더라고요. 제작사에 노동자 사상검증하고 노동법 여러 번 위반해서 논란이 된 스마일게이트 나오는 거 보고 좀 짜증 났지만 이미 예매했으니 집중해서 봤습니다.
주의사항은 생각보다 덜 잔인하지만 좀 더러울 수 있습니다. 초반에 토하는 장면 나와요. 근데 토가 진짜 토라기엔 색이 하얀색이라 거부감이 덜할 겁니다.
영화 보면서 소리 때문에 깜짝 놀랄 수 있어요.

인간을 좀비처럼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 이후,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기 시작하고, 생존자들은 재앙에 맞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나선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재밌게 봤어요. 무려 2시간짜리 영화인데 빨리빨리 진행되어서 그런가 시원하고 지루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계속 긴장하면서 보게 되었고요. 엥?스러운 장면도 있었지만 바로 다음 도파민이 들어와서 넘어가게 되더군요.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았고 여성과 남성 상관없이 몸을 노출하는 장면도 없어서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좀비 컨셉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단지성으로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좀비의 움직임도 특이하게 잘 연기하더라고요. 몸을 어떻게 그렇게 쓸 수 있는 걸까요? 좀비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다 잘해요. 특히 전지현 씨가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근데 교수 역할이라서 그런지 설명을 많이 해요.ㅋㅋㅋㅋㅋ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 행동이 현실적이라고 느껴졌으나 대사(말투)가 좀 어색한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 연기 실력이 애매한 배우들이 했으면 최선을 다 해도 발연기 소리 들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맨마지막 장면은 별로였네요. 아무리 클리셰라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은 촌스러웠어요.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좀 심합니다.
몇몇 기억에 남는 것들만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현석이 빌딩 보안요원이라는데 아무리 각성했다지만 전직이 특수요원이었나 싶을 정도로 칼싸움을 잘합니다. 상대가 좀비라도 사람처럼 생겼는데 망설임 없이 잘 찌르더라고요. 눈에 뵈는 게 없기 때문일까요? 애초에 누나 업고 다니면서 잘 싸우는 것도 먼치킨이긴 했네요. 이거 배우 지창욱 씨가 실제 본인 힘으로 업고 다니신 거래요.
아 근데 입 닥치고 통제실 다녀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문자로 말하라니까 무시하고 '통제실' 언급해서 개판 만들고.... <부산행>에서는 정치인이었나? 그 사람이 모든 빌런 역할을 다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군체>에서는 골고루 빌런 역할을 해주네요. 아예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가족을 두고 온 사람 앞에서 버리자는 말을 하면 어떡하냐???
청소년 인물로 학폭 가해자/피해자가 나오는데 피해학생은 원래 삶도 힘들었어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 침착한 것에 비해 가해학생은 벌벌 떨면서 트롤짓을 합니다. 창고에서 둘이 대화하는 거 듣고 서영철이 헛웃음 흘리는 게 웃겼어요. '놀고들 있네'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ㅋㅋㅋ 사실 제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망상 같은 아련...몽롱...해지는 대화였죠.
권세정이 유일한 친구의 죽음에도 빨리 정신 차리고 행동하는 모습에서 진짜 재난물 주인공스럽다고 느꼈습니다. 평소에 맞는 말 하느라 사회에 섞이지 못한 아웃사이더라는 점도 재난물 주인공 클리셰네요. 전지현 씨가 연기를 잘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좀비들이 경험을 기반으로 학습하다보니까 강한 인물인 최현석(못 걷는 누나를 업고 있음)을 따라한다고 서로 업어준 모습으로 진화한 게 웃겼고요. 누나가 좀비 되었을 때 서영철이 오열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네요. 좀비가 된 누나로부터 전달받은 감정이었겠죠? 마지막에 좀 지루해지겠다 싶을 때 나온 앤트밀이 압권이었습니다. 집단지성이 잘못되면 이렇게 된다는 건데 서영철이 당황하는 걸 보면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거겠죠. 사실 집단지성이라기엔 너무 원시상태로 돌아간 데다 거의 서영철에게 의존했으니까 실패할 수밖에요.
마지막에 불타는 거 따라한다고 허우적대는 좀비들은 꼭 춤추는 것 같았습니다. 진화하는 좀비들의 새로운 모습과 행동을 계속 보여줘서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좀비 영화 좀 더 만들어봐라. 아님 넷플릭스에 옛날 좀비 영화 좀 더 추가해 줘라.
서영철이 권세정한테 외톨이로 남으라고 했으면서 왜 죽이려고 한 건지는 이해 못 했습니다. 저는 권세정을 살릴 줄 알았어요. 연상호 감독 다른 영화 볼 때도 느꼈지만 원하는 장면을 위해 억지로 끼워 넣는 스토리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애매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닌데 재밌게 잘 봤어요. 이 빌딩 하나만 난리 난 거라 인터넷도 멀쩡하고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 배고픔, 자잘한 상처 치료 같은 건 제쳐 두고 오직 좀비에만 집중한 것도 재밌는 포인트인 것 같네요. 스토리보다는 좀비 구경이 즐거운 영화입니다. 오락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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