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

우리 옷 색깔로 정치 성향 논쟁 그만하면 안 될까요

by ₊⁺우산이끼⁺₊ 202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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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그러니까 22년에 했던 20대 대통령 선거(윤석열 당선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작성했었다.

2022.03.10 - [아이돌 ⁺₊] - 남돌들아 본인 정치색을 티 내는 이유가 뭐냐

 

남돌들아 본인 정치색을 티 내는 이유가 뭐냐

너네 빨아주는 여자들이 뭐에 분노하고 있는지 뻔히 아는데 굳이 특정 후보 지지한다고 티 내고 싶니? 굳이? 굳이????? 얼굴이 아무리 잘생기고 설레게 해도 뭔가 정이 안 가는 놈들이 있었는데

morris1861.tistory.com

대충 남돌들이 정치색을 티 내는 것에 분노한 글이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옷 색깔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저 때 사상초유의 비호감 후보vs비호감 후보의 대결이 벌어지면서 '쟤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일반 계정들까지 합세해 정치색 논쟁이 과열되었었다.

더 이전 대선부터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유독 20대 대선에서 '너 2찍이지?'라는 사상검증 질문이 유행어처럼 돌면서 손으로 숫자를 연상하는 모든 손짓과 옷 색깔을 검열했다. 투표하러 갈 때 일부러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색의 옷을 입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을 별생각 없이 평소처럼 입고 갔다가 논란이 되어서 그런 거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아이돌들은 하트 하나 잘못 보냈다가 온갖색의 하트를 다 사용해서 보내기도 하고...

솔직히 그때는 이게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조금은 웃기기도 했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다고만 생각했다.

 

근데 막상 25년, 21대 대선 때도 이런 플로우를 보니 굉장히 피곤하다. 이제는 웃기지도, 어처구니 없지도 않고 정말 진지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했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대놓고 '국민의힘 지지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합니다!' 이렇게 말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지지선언을 하는 것은 본인의 영향력을 가지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지 옷 색깔과 행실만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체 옷 색으로 정치적 주접 떨면서 검열하는 거 누가 시작한 거냐? 혹시 나도 괜히 휘말려서 연예인의 옷 색과 정치성향을 연결 짓게 되는 게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설령 그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 해도 비난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쪽에서 나온 대통령이 계엄으로 내란혐의를 받고 있으니 시위 나갔던 사람들 입장에서 또 국민의힘을 뽑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정치성향이 나와 다르고, 그게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주 잘못되고 멍청한 선택이더라도 이런 식으로 비난하고 괴롭혀서는 안 된다.

 

빨간색으로 '2'가 쓰여진 옷을 입은 사진을 올린 카리나.

당시에 함께 올라왔던 사진들

첫 번째 사진이 캡처되어 돌아다니면서 논란이 되었다. 빨간색만 있으면 모르겠는데 숫자 2까지 쓰여있으니 마치 대통령 후보 2번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은 적어도 20대 대선 때 옷 색, 액세서리 색 등으로 여러 연예인이 논란에 휘말리고 해명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당연히 엔터 쪽 사람들도 긴장했을 것(그 사람들이 서치를 안 할리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아이돌들도 특정 후보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위 사진을 보고 그녀가 2번을 지지하는 것이라 생각해 분노하고, 특히 탄핵 시위에 나갔던 팬들은 실망한 것이다.

 

내가 여기서 어이없었던 건,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정치 성향을 비판/비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무 상관없는 다른 논란까지 다 언급하면서 비하하고 성희롱까지 했다는 것이다.

나도 저 첫 번째 사진을 봤을 때 놀랐지만 올라오는 트윗들 보고 있으면 그냥 카리나를 욕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은 팬덤 눈치 보느라, 열등감을 가진 못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여혐 하는 남미새 소리 들을까 봐 가만히 있다가 많은 사람들이 비난할만한 소재가 하나 떨어지니 신나서 까는 것 같았다.

 

고소한다는 거 가지고도 뭐라하던데 이 정도면 고소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더쿠에 올라온 '기쁨조', '노리개', '애첩', '성노예' 발언
정치인 옆에서 '술시중' 들게 했어야 한다는 발언
정치인과 연관지은 성희롱 트윗

 

더쿠 여초라고 들었는데... 정치인한테 대주냐는 것도 그렇고 난 저런 말을 한 사람들이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여자가 여자한테 저딴 말을 할 수가 있나...? 난 아무리 싫은 여자가 있어도 그 사람을 창녀 취급하는 말들은 입 밖으로 안 나오던데....

 

위에 올린 이미지는 일부다.

 

난 진짜 혹시 이거 카리나가 파란색 정치인 아들의 성희롱 피해자라서 조직적으로 까는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가해자의 죄를 축소시키기 위해 피해자가 무결하지 않다고 까내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저질렀던 죄를 언급하지 못하게 하려는 걸까.... 진짜 이런 음모론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심했다.

 

다른 아이돌들도 일부러 흑백 필터로 올리고 무슨 중화한답시고 빨간색 옷 파란색 옷 적당히 섞어서 입기도 하던데 진짜 우리 왜 이러고 살아야 하냐? 애초에 특정 정당색을 입고 투표한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일상 사진 올린 것만으로 인신공격 당해야 하냐?

카리나를 비롯하여 홍진경도 피드백 지옥에 빠져 계속 욕 먹던데 이런 걸 보면 특히나 여성 연예인들을 더 욕하는 것 같아서 찝찝하고 싫다. 빈지노 같은 남자 연예인들은 잠깐 욕먹고 잊히는 느낌인데(빈지노는 대중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런 건가 싶지만 홍진경이랑 비교했을 때 그렇게까지 인지도가 낮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여성 연예인들은 질 낮은 성희롱까지 당하며 대선이 끝난 지금까지도 오해받고 욕먹는다.

 

정치적 문구가 쓰인 것도 아닌데 일상적인 모습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사상검증하는 게 너무 피곤하다. 심지어 이게 정치판의 팬덤화와 맞물리면서 과열되고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너무 싫다. 합성해서 유명한 연예인도 우리 정당 지지한다고 맘대로 홍보에 써먹는 것도 싫다.

특정 정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면서 조금이라도 다른 정당 지지자인 것 같으면 괴상한 논리로 호들갑 떠는 게 무슨 종교인가 싶어서 싫다. 국민의힘 지지자 쪽도 만만치 않지만 특히 요즘은 현 대통령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어조의 글이 있으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와서 '2찍?' 이러던데 정말 너무 싫어... 그럼 아무리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어도 정치인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지 그냥 모든 걸 수긍하고 무조건 지지하니 빡대가리들아.

 

이런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아서 연예인들이 알아서 조심해야겠지만, 난 대중들이 고작 옷 색깔 하나 때문에 원색적인 비난과 수위 높은 욕설, 성희롱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런 것들이 주류 의견이 되지 않게, 유머가 되지 않게 비판했으면 좋겠다.

선거철 연예인 옷 색 이야기하는 거 좀 뒷북일 수 있지만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생각을 바꾸었으면 해서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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